화려한 군주: 근대일본의 "만들어진 전통"



  에릭 홉스봄의 저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만들어진 전통"에 대해서 아실 겁니다.
이번 포스팅의 소재인 "화려한 군주"는 에릭 홉스봄의 만들어진 전통에 상당히 영향을 받은 책입니다. 일본 식민지 지배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시대, 내용에 대해서 상당히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현대 일본에서 부활하는 천황 중심적 우익사관입니다. 만세일계 살아있는 신이라고 불리는 일본 천황의 이미지가 실제로는 불과 150년의 역사도 안되는 근대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저자는 메이지 유신 당시 '왕정복고'에 대한 기층 민중들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적자면, 에도의 주민 중 "에도에 새로 정권을 잡은 천황이 나타났다는 데, 그가 새로운 쇼군일까?" 하는 반응을 보인 기록이 남아 있는 데, 이건 당시 민중들이 천황의 존재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는 지를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도쿠가와 시대의 천황에서 시작하여, 구 수도(천황의 조정의 존재여부에 따른)인 교토와 신 수도인 도쿄의 위상에 따른 갈등과 조정,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이들의 서구 의례 모방과 사이고 다카모리등 유신이후 권력투쟁에서 밀려나 정부에 반기를 든 이들에 대한 기억의 조작 그리고 메이지 유신 전후의 천황의 이미지의 변화. 군중과 황실 패전트(황실 의례를 포함한 국가적 행사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의 관계의 서술은 상당히 흥미롭게 보입니다.
  뭐랄까요.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내고 단지 그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 20세기초 서구 열강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 만든 그들에 대해 허탈한 심정으로 감탄했다고나 할까요.
물론 황실의 친왕앞에서 공개적으로 "황태자의 신세는 불쌍할 뿐이다. 뒤에서 조종당하는 인형에 불하지 않은가" 하고 인형을 조종하는 흉내를 내보이기까지 했던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서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체적인 평을 하자면 B+ 이상의 가치는 하는 책입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화려한 군주"라고 해서 천황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듣고 싶어했던 독자들에게는 조금 실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겠죠. 유신 당시 16세에 불과했던 메이지나 이토 히로부미의 말처럼 '꼭두각시' 신세였던 다이쇼 천황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소개했다면 더 흥미로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습니다.

by 키치너 | 2006/12/03 01:39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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