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호기로웠던 다짐은 사라지고.. - 종묘 답사 1

   3년 전, 그러니까 2004년 따분한 일상에 지쳐 뭔가 재밌는 일을 찾다가 계획한 것이 사적지 답사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무작정 카메라 하나, 수첩 하나 들고 나간 그 때의 모습은 정말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지만 사실 그 뒤로 그렇게 무대포 정신을 발휘한 적이 없으니 오히려 지금은 그때의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첫 목적지는 종묘. 경복궁은 너무 번잡했고, 덕수궁은 당시만 해도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었다. 무언가 신선한 곳, 사람이 너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름 답사하는 데 의미가 있는 곳. 그 때 머리속을 스쳐가는 것이 바로 이 곳 종묘였다.
   예나 지금이나 나는 뭔가 일상을 의미있게, 적어도 스스로 의미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하루를 보내는 것이 하루하루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그런 차에 무미건조하고 의미없이 보내던 대학 첫해의 지루한 반복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생각만해도 즐거웠다.

  2004년 5월 23일 일요일, 3년 전 5월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던 그날은 하늘에 구름 한점 없이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따뜻하다 못해 따가웠던 햇볕을 받으며 종묘로 향했다.

  조선왕실의 의례의 중심이었던 종묘는 이제 공원이 되어 있다.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가족, 5월의 햇볕을 맞으며 장기나 바둑을 두고 계시는 어르신들, 더 이상 이나라의 정신적 중심이 아닌 종묘는 신성함을 이미 상실하고 사람들에게 휴식처를 제공하는 것으로 제 역할을 바꾸었다. 종묘에 들어서서 조금 걸으니 조선 시대 종묘 제례시 왕과 고관들이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걸었던 돌로 포장된 도로가 나타났다.  잠시 눈을 감고 과거의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니 당시의 웅장한 의식이 손에 잡히듯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지금 더 이상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갖지 않는 이곳처럼 당시의 사람들의 모습은 이곳에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by 키치너 | 2007/05/28 18:04 |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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