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속 5cm를 보고 왔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한 것은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더빙판 "별의 목소리"였습니다. 나중에 그 작품이 감독 1인제작이었다는 데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초속 5cm는 sicaf 상영때 보려다가 실패, 어제 8시 상영으로 보려고 했으나, 역시 "매진"이라는 압박에 실패, 3번 시도끝에 오늘 조조로 보고 돌아와서 바로 씁니다. 
  
   이번 작 초속 5cm는 3부작 애니메이션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단골 주제인 '만남을 갈구하는 연인(?)'을 테마로 삼고 있습니다. 별의 목소리가 주로 여자쪽인 미카코를 중심으로 남자쪽인 노보루를 잠깐잠깐 보여주는 식으로 진행하는 반면에 초속 5cm는 줄곧 남자인 타카키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아카리는 벛꽃이 떨어지는 속도를 초속 5cm라고 하여, 이 작품의 제목을 사실상 결정했다 (...)

  사실 이별과 만남은 오랬동안 연인들의 사랑이야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다들 잘 아시는 로미오와 줄리엣도 너무나도 만나고 싶어하지만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춘향전에서도 역시 작품 전개의 중요한 장치가 될 정도로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작품에서는 뺄래야 뺄 수 없는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런 진부하다면 진부한 소재를 신카이 감독은 특유의 감각으로 양념을 쳐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아릿하게 만들어 줍니다. 약속을 해두고 상대방이 늦을 때, 또는 자신이 늦을 때, 그런 상황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없을 때 커져만가는 불안감은 사실상 1화의 메인 스트림입니다. 어찌보면 이런 상황 설정을 즐기는 듯한 (...) 감독님은-S누님의 코멘트입니다- 정말 심술궂으십니다. 

  타카키와 아카리의 성장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는 더욱 멀리 떨어지게 된 2화와 사실 가까이 있었지만 가깝지 못했던 성인이 된두 사람을 그리며 정리가 됩니다. 엇나가는 타카키와 아카리, 그리고 그런 타카키를 좋아하게 된 카에데양을 보면 신카이 감독은 반 커플제국의 선봉장(...)이 아니냐?! 하는 생각마저 들게할만큼 한번 쯤 사랑을 해보신 분이라면 정말 가슴이 찌릿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꺼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스토리적인 구성이외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기인 배경처리는 이번 작품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1화에서의 "머나먼 철도", 2화에서의 "카고시마현의"다네가시마", 그리고 3화의 번잡한 현대 도시인 "도쿄". 한없이 연착하는 기차와 멀리 더 멀리 날아가는 로켓, 현대 도시의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가려 가까이 있었음에도 빗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배경 처리의 탁월함과 이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과 한숨을 동시에 짓게 되는 건 저뿐만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3화에서 끝 마무리를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데다 상영시간도 일반 1화물의 3회분량이라 대단히 짧기 때문에 장편을 기대하신 분이라면 실망하실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가슴에 찌릿함을 담고 싶은 분, 신카이 감독 매니아, 한참 꽃이 피는 커플(...)이라면 분명 실망하지 않으실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by 키치너 | 2007/06/23 11:35 | 애니메이션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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