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지름

     폭염의 계절이 가고, 드디어 말은 살을 찌우고 사람은 생각을 찌운다는 가을이 왔다. 책을 읽는 데 계절이 중요하겠냐마는 그래도 일을 하는 데는 그에 맞는 때가 있는 법. 

     그래서 가을과 함께 찾아온 것은 지름신이었다.

     "질러라!"

    
이번 지름은 1차와 2차에 걸친 두번의 작전으로 완성 되었다. 왜 한번에 끝내지 않았냐고? 지난 뒤에 그런 것을 묻는 것은 쓸데 없는 짓이지만, 사실 지름이라는 게 자기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 가? (웃음)

(1차 지름)





   1. 300 스틸북 한정판
         올 상반기 "This Is Spartaaaaa!!!" "I'm Generous" 등의 유행어의 진앙지. 바로 그 300이 dvd로 출시가 되었길래 얼른 집어들었다. 사실 극장의 영상미를 720x480의 dvd로 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HD-dvd나 블루레이를 플레이어도 없는 데 지를 수는 없지 않은가. 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지만, 300. 딴 생각 안하고 보면 참 개운한 영화다.

덧. 부록으로 따라붙은 아트북 미니어쳐는 기존 아트북에서 중요 장면만 발췌해서 편집한 것인데, 흥미가 더 있다면 아트북을 지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2. 제국의 최전선
     생동감 있는 취재로 미국의 제국주의를 현장감 있게 "그리고 있다"라고 하는 책이다. 책 받은 지는 몇일 되었는 데, 아직 펼쳐보지는 못했다. 특이한 제국인 미국의 어떤 일면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3. 로마제국을 가다.
           로마제국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글쓴이의 여행기. 요즘 많은 여행기가 나오고 있는 데, 주제도 불분명하게 어디어디 가서 어떤 느낌을 받고 무슨 생각을 했다던지 하는 식상하고 누구나 쓸 수 있는 여행기보다 글쓴이의 유적을 위주로 한 여행기는 눈에 띄는 책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돌아다니며 적고 찍은 이 여행기는 예전에 나의 유럽 여행때의 루트와 겹치는 부분이 꽤 있어 조금은 추억에 젖었다. 아무튼 로마제국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기존의 여행기에는 질린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yes24에서 평을 남긴 독자도 써두었지만 "이 좋은 책이 무관심에 뭍히기 전에 나라도 나서서 독자서평을 남겨본다."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글쓴이의 필력과 위트, 과감한 전개는 책을 잡고 눈을 떼기 어렵게 한다.

4.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묻지 맙시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문을 모은 책으로, 종교에서 전쟁에 이르는 몇가지 주제에 대해 에코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종교에 대해서는 이미 추기경과의 편지를 통한 대담을 엮은 "무엇을 믿을 것인가"에서도 쓰고 있지만, 여기에서도 요즘 모 종교의 파문이 커지고 있는 지금 상당히 흥미로운 생각들이 엮어져 '있을 것'이라고 본다.

4. 킹덤 오브 헤븐 디렉터스 ver.
                  연초에 구입하려다가 절판되었다는 소식에 가슴이 아팠던 작품이었는 데, 재출시가 되었다는 말에 얼른 질러버렸다. 주제는 뻔하지만 역시 그냥 글로 역사를 보는 것과 이렇게 이미지화 된 역사를 보는 것은 각자 나름 장점이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빨리 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마 얼마안되서 품절이라는 소식을 듣게 될테니 (...)

   (2차 지름)
1. 전쟁 책임
              제목 그대로 지난 2차 대전에서의 아시아 전역(戰域)의 전쟁 책임에 대해 고찰한 책이다. 한번쯤 이것에 대해 써 볼 기회가 있을 것같다. 저자의 말대로 "진실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망각"이기 때문에, 망각을 무기로 면피하려는 자들에 대해서는 분노를 쏟아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2. 나를 돌려다오.
                 조선 후기 실학계열인 이용휴, 이가환 부자의 산문을 엮은 선집이다. 조선 후기의 작가들은 전.중기의 당송의 문체에서 벗어나 소탈한 소품체로 글을 많이 남겼는 데, 박지원을 필두로 그들의 글은 지금읽어도 유쾌한 가벼움과 정곡을 찌르는 날카로움을 겸비하고 있다. 이런 한문글을 한글로 옮길 때 유심히 봐야 하는 것은 역자인데, 역자인 안대회 교수는 잘 알지 못하지만 감수를 맡은 정민 교수는 이전의 박지원 산문에서 이미 실력을 인정했기에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고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다.

3. 위험한 생각들
                   편집자인 존 브록만을 보고 지름을 결정한 이 책은, 솔직히 도착하고 나서 약간 들춰봤는 데 조금은 실망스럽다. 전문을 다 보고 평가를 해야 겠지만. 아직 남에게 추천을 해야 할지는 감이 서지 않는 다. 편집자의 이름으로는 분명 대작인데 아직 내용에 대해서는 평가를 내리고 싶지 않다. 이 책을 구입할 지 망설이는 사람들이여. 제목을 주목하라. 위험한 "생각들"이다. 위험한 생각이 아니다.

4. 테메레르
   
               이 얼마만의 역사 판타지의 대작인지 모르겠다. 사실 책 띠지엔 좋은 소리만 적혀있고 출판사의 "낚여라.. 낚여라.. 낚여라.." 하는 주문이 들려오는 듯 하지만, 이 책은 띠지만 보고 낚여도 좋다. 몰입도는 웬만한 판타지는 저리가라 할 정도고 기존의 용에 대한 관념-특히 판타지에서 우려먹고 우려먹어 이제 사골의 진이 빠질정도인 서양의 드래곤-이 이 작품에서는 색다른 맛으로 그려진다. 용과 인간과의 교감. 재미있지 않은가? 게다가 나폴레옹 전쟁시기를 배경으로 해서 거의 전세계가 무대가 되니 그야말로 역사 판타지로 손색이 없다. 판타지와 역사를 좋아하는 이들이여. 꼭 읽어 보시라. 후회하지는 않을 테니.

덧. 이번달 중순에 2권이 번역 출간된다고 한다. 본인은 이미 주문했다. (...)

5.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

                        더 말이 필요있을 까? 개인적으로 리처드 도킨스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하는 투가 솔직히 맘에 안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매우 저돌적인 태도가 부담스러웠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 그의 저돌적인 태도는 빛을 발하고 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 가. "앵똘레랑스에는 앵똘레랑스로" 

                        관용이 필요한 대상은 따로 있는 것이다.

덧글

  • 달산 2007/09/09 11:44 #

    만들어진 신-은 내 주변에서도 읽은 사람들이 괜찮다고 추천하더라. 그나저나 300은 쬐금 의외스러운걸? ㅎㅎ
    아아...나도 이제 슬슬 책지를 준비를 해야겠다. =_=
  • 키치너 2007/09/09 13:08 #

    달산/ 개인적으로 종교는 아직까지 필요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도킨스의 주장에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물론 많은 경우에서 납득이 되는 것이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오느냐가 문제가 되겠지만 말입니다. 300은 말들이 많았지만, 사실 시원시원한 영상이 좋아서 흥행에 성공한 거지 고증빨은 아니었으니 그냥 맘 편히 '아 저거 걍 액쑌 판따지야' 라고 보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무래도 근래에 저만한 액션물 다시 나오기 힘들것같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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