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그람시 : 감옥에서 보낸 편지


          책장을 무심코 들여다 보다가, 안토니오 그람시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가 구석에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예전만큼 책 읽을 여유가 줄어든 요즘엔 한번 본 책, 한번 보다가 손에서 놓은 책은 쉽사리 다시 손에 잡히지가 않지만 그래도 책을 집어 무릎 위에 펼쳤다. 구입한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손길을 그다지 받질 못한 이 책은 여전히 새책이나 다름 없는 모습이었다. 왜냐고? 한창 그람시와 당시 이탈리아 좌파, 그리고 현대의 그 후계자들에게 관심있었을 당시에도 나는 이책의 앞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80페이지가 넘는 편집자 서문의 존재때문에 좀처럼 이 책을 오래 잡고 있을 수 없었기때문이다.
  
          "주제넘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람시의 글을 읽고 싶었지. 편집자들의 알량한 그람시 강의를 듣고 싶은 게 아니었다. 물론 '그깟 서문쯤이야' 하고 본문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서문이라는 핑계아래 그람시의 책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집어넣으려는 의도가 너무 불쾌했다. 게다가 본문이 300페이지 약간인데 서문으로 80페이지 넘게 할애하다니, 이건 저자에 대한 예의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책을 편 지금 그리고 이미 서점에서 더 이상 이 책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지금, 이런 편집을 한 그들에게는 아직도 불쾌함을, 그람시에게는 연민을 느끼고 있다. 이미 글로써만 지금 우리 앞에 살아있는 그람시는 그를 "경애"한다는 사람들에 의해서 오히려 사람들의 기억에서 묻히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덧글

  • xelloa 2014/11/28 01:25 # 삭제

    꼬인 시각을 갖고 있는것 같은데....
  • 키치너 2014/11/29 06:46 #

    글쎄요. 편견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아직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심지어 이 책은 영어 중역 본입니다. 댓글 다신 분은 이탈리어 원문판으로 읽고 나서 꼬인 시각 운운 하시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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