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감염된 언어, 폭풍의 한가운데 그외

       엊그제 도착한 책들을 이제야 슬슬 풀어보고 있습니다. 책을 둘 곳은 점점 줄어들어가는 데, 책에 대한 욕심은 줄어들 생각을 안하니 날이 갈 수록 큰일입니다. 여유가 된다면야 타치바나 타카시씨처럼 개인 서재 건물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말이죠.(하하)

   1. 테메레르 2 
 

        이제 꽤 출판사쪽에서 홍보를 해서 점차 이름세를 타고 있는 것 같은 지난달 28일 서점에 풀렸고,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구입대상에 올려둔 테메레르 제 2 권입니다. 1권에서 보여줬던 작가의 역사적 배경의 재생은 중국으로 떠나는 2권에서도 탁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권에서는 여전히 "용"이 전형적인 판타지의 모습에 머물러 있었지만, 배경이 중국이 되는 2권에서는 지성이 있는 생물과 인간의 공존은 어떻게 이뤄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던지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 지 상당히 궁금해지게 되었습니다. 번역도 깔끔한 편이고, 유명한 영국의 모 판타지 소설을 번역출판하면서 보여준 경악할만한 분권을 한것도 아닌 고로 역시 이번에도 주위 사람들에게 꾸준히 일독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음권 번역은 꽤나 멀었으니 자신의 인내심의 한계치가 꽤나 낮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피하셔야 할것 같군요. :b

   2. 감염된 언어


          정운영 선생님을 안 건 꽤 되었지만(얼마전에 돌아가셨지요. 삼가 다시 조의를 표합니다) 고종석 씨를 알게 된 건 불과 얼마전입니다. 한국에서 말.글에 관련하여 상당히 주목할만한 주장을 펴고 있으며, 이 책 역시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가 아닌 충분히 지적 자극이 될만한 글로 채워져 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는 모두 그리스인이다" 는 신문 연재 당시 상당히 센셔이셔널한 반응이 있었다고도 하니, 대충은 짐작하실 수들 있겠지요?

   3. 폭풍의 한가운데

         저자에 대해 따로 설명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겠지요. 물론 정치가로 너무나 유명한 사람이지만, 노벨 문학상까지 수상했을 정도로 뛰어난 문필가로서의 필력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처칠의 문장은 영어 원서에서 심히 장중하고 기품있어서 심하게 말하면 고루할 정도인데, 이건 어렸을 적부터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의 문장을 베껴쓰면서 체득된 그의 문체때문이라고 하죠. 참고로 이 책은 1932년 출간작이라 2차 대전기의 일화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2차 대전기의 겉으로는 당당했지만 속마음은 제국의 미래에 대한 근심으로 흔들려 가던 불안함과는 달리 아직은 당당함과 유쾌함이 최고조에 달하던 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상당히 즐거운 일입니다.

   4. 2차 세계 대전의 기원
 
           전후 전쟁책임에 대한 그전까지의 해석을 정면으로 반박한 전사학계에서 문제작으로 꼽혔던 A.J.P 테일러의 2차 세계 대전의 기원은 구입 당시 상당히 망설였던 책입니다. 사실 전후 30년이 채 지나지않았던 시기에 출판되었던 고로, 사실상 동시대의 인간이 동시대의 역사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다라는 입장에서는 좋은 평을 기대하기 어려운데다 많은 사료들이 냉전기에 기밀로 분류되어 접근이 어려웠던 당시에 쓰여진 책인고로 내용상 한계도 보입니다. 당시에 상당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킴과 동시에 격렬한 비판을 가져온 이 저작을 이제서야 찾아보는 것이 의미가 있는 지는 여전히 고민거리입니다만, 결국 여전히 (학계의 공식적인 학설는 별개로) 일반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몇몇의 이야기를 지켜보면서 읽지 않고 비판함은 모르는 것을 아는 체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한고로 제 손에 들리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사실 2차 세계 대전사보다는 근세 유럽에서 장기 19세기라고 불리던 시대의 권위자로 더 유명한 학자인데, 예전의 "외교사" 강의를 들으면서 알게되었던 저자를 이 책에서 다시 보니 상당히 반갑습니다.
           내용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그것도 충분한 근거를 가진-은 언제나 신선한 지적 충격과 감흥을 준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5. 경제학의 향연
               표지는 무슨 수메르등의 고대 문명에 대한 역사서로 착각하기 딱 좋은 표지입니다만, 저자는 폴 크루그만, 다들 아실만한 유명한 경제학자입니다. 사실 어렸을 적부터 장래의 경제적 환경에 대해 크게 고민해 보지 않은 고로 다른 분야와는 달리 경제에 대한 관심은 일반적인 대중이 표하는 정도, 딱 그정도에 멈춰있었지만 최근들어 결국 인간을 알기 위해서는 사회를, 사회를 알기위해서는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논리에 공감하는 바가 크기에 경제학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킬 목적으로 손에 잡은 책입니다. 유명한 칼럼리스트로의 명성에 걸맞게 글 솜씨엔 흠잡을 때가 없고 쉽게 그의 논지에 공감할 만큼 설득력도 큽니다만, 대부분의 설명의 예로 든것은 미국 경제 사회의 이야기라 한국인들이 이해하기엔 조금 까다로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몇번 더 읽고나야 여기에 대해 뭔가 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군요.

     6.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다
         얼마만에 보는 운문 문학관련 서적일까요. 개인적으로 한당시를 좋아하는 편입니다만, 고교 졸업이후로는 새로 접한 작품이 없다는 걸 새삼 깨닫고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구입을 결정한 책입니다. 기대와는 조금 다른 편집이지만, 오히려 그점이 문학에 친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장점이 될 수 있겠지요. 적어도 몇 페이지 읽다가 잠이 오는 책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