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 전문가들이 필요할까? - 처칠의 정치인 옹호론 역사

   캐스퍼 와인버거의 강아지 구하기
   현대 민주대의정치체제를 갖추고 있는 많은 나라에서 정치 전문가라는 존재는 일반 대중에게 '세금만 축내는 월급 도둑놈'이라는 인식이 꽤나 공감을 얻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정말, 정치 '전문가'들은 존재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없는 게 더 나은 존재들일까? 여기에서 그 정치'전문가'중의 한명이었던 윈스턴 처칠의 견해를 소개해본다.

  ".... 길고도 격렬했던 논쟁의 한편에는, 민주적인 의회제도에 의해서 사안을 담당하게 된 아마추어 정치인들이 포진하고 있었고, 그 상대방은 제대로 훈련받은, 유능하고 경험 있는 해군성의 전문가들과 숱한 전투경험을 갖춘 훌륭한 장군들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정치인의 판단이 옳았고 해군성이 틀렸다는 엄연한 사실이다. 분명 자신들의 전문영역이 아닌 기술적이고 직업적인 문제들에 관해서, 정치인의 판단이 옳았고, 소위 전문가일 수밖에 없는 해군성의 핵심 권위자들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은, 한편 대단히 놀랍기도 하지만 많은 것을 우리에게 생각하게 해주는 대목임에 틀림없다.
   또한 그에 못지않게 주목해 보아야 할 사항은, 국가의 명운을 건 투쟁에서, 자신들의 최고 권위를 내세우며 해군성이 제안하고 뒷받침했던, 편견에 치우친 잘못된 주장들을, 궁지에 몰린 민간 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줄기차게 물고 늘어져서 마침내 그 두터운 벽을 허물었다는 사실이다. (...) 독일의 예에서 보듯이 황제와 그의 대신들은, 해군 전문가가 제시하는 자료 및 숫자와 전문가의 견해를 최종적인 결론으로써 받으들이는 것이 보통의 흐름이다. (...)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는 해군 동료들의 견해에 대해 같은 군인의 입장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반면, 수수께끼와 같은 주장 앞에 말문이 막힌 민간 정치세력은, 만약 전문적인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생명이 걸린 중대한 사안을 앞에 놓고 나약함과 소심함으로 일관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짓눌릴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군부의 의견에 굴복하고 말았고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재앙을 향해 줄달음쳤다."

 - 폭풍의 한가운데 , 조원영 역, 아침이슬, 2003, 유보트 해전 (185~186p)

   "독일제국이 안고 있던 치명적인 약점은, 직업에 관한 전문 지식 이외의 세계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인 군 지도자들이 국가의 모든 정책에 관하여 조정자로서 행세할 수 있었던 데 있었다. 프랑스의 민간정부는 전쟁 기간을 통틀어서 가장 어둡고 처절했던 시기에도, 국가 존립의 뿌리가 흔들리는 가운데에서도, 항상 국정운영의 최고 기관으로 기능해 왔다. 대통령, 총리, 전쟁 장관, 의회,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총체로서 지칭하는 '파리'는 항상 통치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어서, 제아무리 큰 공을 세운 군인이라도 그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 반면 미국은 모든 분야에서 민간적인 요소가 워낙 막강한 나라라서, 오히려 상대적으로 미숙한 군부의 실력자들을 키워주고 북돋아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정도였다. 독일의 경우는 군부에 맞서 국가를 구제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자신들의 의지와 특수한 관점들을 조화시켜 이끌어갈 만한 민간 세력이 형성되어 있지 못하였다.
  
   알렉산더나 한니발, 시저, 말버러, 프레데릭 대왕, 나폴레옹, 그들은 모두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루덴도르프는 단지 한 단원만을 배웠을 뿐이고 그 단원에 대해서만큼은 정통했다. 누구든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걸고 덤벼드는 지독히 숭고한 성품을 헐뜯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국가의 명운이 걸린 대 격전을 치르는 마당에는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 독일의 경우는 그밖에 갖췄어야 할 요소들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거나, 아주 철저하게 억제되어 있었던 것이다."

- 폭풍의 한가운데 , 조원영 역, 아침이슬, 2003, 루덴도르프의 사생결단(225~226p)

  평소에 많은 이들로부터 존재가치가 무시되는 정치전문가들은 사실 많은 분야에서 사물에 대한 그들의 '아마추어'적인 이해, 그 이상으로 놀라운 일들을 해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민간의 군에 대한 통제라는 것 이상으로 프로페셔널한 집단이 인식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캐치하여 능수능란하게 통합하는 작업은 정치전문가가 항상 존재가치가 의심되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꿋꿋이 버티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덧글

  • 우마왕 2007/11/16 22:18 #

    "We want Eight, We won't wait"는 군인"만" 한 모양입니다.
  • 키치너 2007/11/17 19:09 #

    우마왕 / 역시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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