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4일
"Happy" Christmas
종교든지 연애든지 크리스마스와는 별 관계없는 사람 중 한명이었지만,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는 모처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마음속을 즐거움으로 채우며 하염없이 거리를 비추는 불빛아래서 보낸 것이 얼마만인가.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라 했던가. 마음 한켠에서 처연할 정도의 쓸쓸함이 밀려오는 건 무엇 때문일까.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날이 반갑지가 않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두려움의 존재때문이 아닐까.
호사다마라는 너무나 상투적이어서 이제는 식상해진 표현으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던 올해도 이제 거의 지나가고 있다.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 분노와 사랑이 뒤섞였던 올 한해를 지나보내며 다음 한해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누군가와는 작별하고, 누군가와는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어간다. 이번 한해의 나는 누구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닳아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정도로 풀어져버린 인연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번 한 해는 나의 삶에 어떤 이정표로서 자리잡아 갈 것일까.
운명이라는 것도, 신이라는 것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라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채워진 오늘의 연장일 뿐으로, 메아리와는 달리 소리쳐도 응답이 돌아오지 않고,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자라도 제 삶조차도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인간사회에서 한없이 우울해짐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제의 인연을 오늘로, 오늘의 인연을 내일로. 끊김없이 인연의 실타래를 이어가려 하나, 그 인연이 혼자만의 착각이라면 얼마나 슬픈일인가. 스스로도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어찌 남에게 그런 것을 바라겠느냐마는.. 그리고 언제나 떠오르는 것이지만, 오늘 손을 적시는 이 강물이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닌 것처럼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삶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하루 아침에 내 삶의 청사진이 바뀌어 버린 사람에게는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내 밖에 있는 것들은 더 이상 어제와 다르고 내 마음만은 과거의 나로서 존재하려 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 생각은 어김없이 틀려있음을 알게 된다. 해안의 절벽이 거친 파도에 침식되듯, 나라는 존재 역시 내가 속한 이 집단에 의해 규정되며 서서히 변해가, 결국은 어제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고와 생각을 하고 만다.
편한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면 마음씀도 가벼울 터이나, 천상 변화에 순응하는 것은 원치 않기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 by | 2007/12/24 22:59 |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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