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ppy" Christmas

종교든지 연애든지 크리스마스와는 별 관계없는 사람 중 한명이었지만,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는 모처럼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마음속을 즐거움으로 채우며 하염없이 거리를 비추는 불빛아래서 보낸 것이 얼마만인가.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라 했던가. 마음 한켠에서 처연할 정도의 쓸쓸함이 밀려오는 건 무엇 때문일까.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송구영신의 날이 반갑지가 않음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두려움의 존재때문이 아닐까.

호사다마라는 너무나 상투적이어서 이제는 식상해진 표현으로도 설명하기 힘들었던 올해도 이제 거의 지나가고 있다. 기쁨과 슬픔, 절망과 희망, 분노와 사랑이 뒤섞였던 올 한해를 지나보내며 다음 한해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인생이라는 길을 걸으며 누군가와는 작별하고, 누군가와는 새로운 인연이 시작되어간다. 이번 한해의 나는 누구와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을까. 내가 모르는 사이에 닳아 더 이상 유지되지 못할 정도로 풀어져버린 인연이 있었을까. 그리고 이번 한 해는 나의 삶에 어떤 이정표로서 자리잡아 갈 것일까.

운명이라는 것도, 신이라는 것도 믿지 않는 사람에게 미래라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가득채워진 오늘의 연장일 뿐으로, 메아리와는 달리 소리쳐도 응답이 돌아오지 않고,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자라도 제 삶조차도 제 뜻대로 할 수 없는 인간사회에서 한없이 우울해짐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제의 인연을 오늘로, 오늘의 인연을 내일로. 끊김없이 인연의 실타래를 이어가려 하나, 그 인연이 혼자만의 착각이라면 얼마나 슬픈일인가. 스스로도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어찌 남에게 그런 것을 바라겠느냐마는.. 그리고 언제나 떠오르는 것이지만, 오늘 손을 적시는 이 강물이 어제의 그 강물이 아닌 것처럼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내가 아니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슬픈 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삶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될지 모르나, 하루 아침에 내 삶의 청사진이 바뀌어 버린 사람에게는 이런 생각을 할때마다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내 밖에 있는 것들은 더 이상 어제와 다르고 내 마음만은 과거의 나로서 존재하려 했으나, 시간이 지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그 생각은 어김없이 틀려있음을 알게 된다. 해안의 절벽이 거친 파도에 침식되듯, 나라는 존재 역시 내가 속한 이 집단에 의해 규정되며 서서히 변해가, 결국은 어제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고와 생각을 하고 만다.

편한 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면 마음씀도 가벼울 터이나, 천상 변화에 순응하는 것은 원치 않기에 여전히 고민하고 있다.

by 키치너 | 2007/12/24 22:59 | 일상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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