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역사의 한 장이 또 다시 피로 쓰여지다 잡동사니

부토 파키스탄 전 총리, 폭탄 테러로 사망

  무샤라프 현 파키스탄 대통령의 권력 연장을 위한 파트너로 선택되었던 부토 전 총리가 폭탄 테러로 희생되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보기 힘든 거물급 여성 정치인이며, 서구 교육을 받아 합리적인 인물로 평가되던 그녀가 운명함으로서 파키스탄 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꽤나 유명한 모 소설에서 테러에 희생당하는 주인공의 지론은 '테러와 음모는 역사를 바꾸지 못한다'였다. 나 역시 그와 같은 주장에 기본적으로 동의하고 있었고, 이번 일 역시 그런 입장에서 보고자 했으나 이른바 "Super power"들에 의한 세계 정치 역학과 파키스탄의 혼란한 국내 정치상황은 사태를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없게 한다.

  이 일로 파키스탄 내 각 정치세력들은 벌써부터 손익 계산을 하는 듯하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해줄 강력한 정치세력의 지도자를 잃고 국제 사회의 신뢰도 상실하는 타격을 입었으나,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적인 샤리프 전 총리는 이제 유일한 야당 지도자로서 무샤라프에 대한 정치적 공세 수단과 함께 그의 입지도 더욱 강화되는 일석 이조의 이득을 얻게되었다. 또한 파키스탄 내에 암약하는 알카에다등 이슬람 강경 세력들에게는 부토의 정치권으로의 복귀는 악몽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역시 득의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을 것이다.

  파키스탄의 혼란은 곧 주변 지역의 연쇄적 파급효과를 가져와 가까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세력구도에 상당한 파문을 던질 것이고, 멀리보면 무샤라프 대통령이 혼란한 국내 문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파키스탄 내 이슬람 무장세력들에 대해 화해의 제스춰를 취하고, 대외적으로는 인도와의 마찰이라는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데에서 국제 정치에도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지도 모른다.

   부토 전 총리의 파키스탄 정계 복귀라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녀가 이슬람 강경파들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은 모습을 대단히 높게 평가했고 그녀가 파키스탄의 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기대했었다. 하지만 결국엔 그녀는 파키스탄 정국에 초유의 혼미상태를 남기고 떠나고 말았고 그녀가 바라던 파키스탄의 민주주의의 미래를 더욱 암담해 보인다. 마음속으로나마 그녀를 응원했던 사람으로, 그녀의 죽음은 안타까움을 넘어서 슬프기까지 하다. 그것이 단지 연민뿐 아니라 내 자신의 평소 사상마저 바꿔야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일지도 모른다.

  파키스탄에 민주주의를 꽃 피우기전까지 눈 감을 수 없다던 당신, 그 소망이 당신의 죽음으로서 묻혀지지 않길 바랍니다. 부디 편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