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상

  이 바닥에 적응한 지도 이제 시간이 꽤 흘렀지만, 아직도 성적 공시일만 되면 마음이 콩알만 해진다.  두근두근, 시험 볼 때 답안지를 최종 수정하면서 맞았던 답을 틀리게 썼던 기억, 팀별 발표에서 꼭 언급해야 할 내용을 빠뜨렸다가 다른 팀에게 지적당한 기억, 늦잠을 자서 아침 수업을 비몽사몽으로 들었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엔터.   웹페이지의 로딩속도는 왜 이리 느린지. 아, 드디어 보인다.

  이번에도 다행히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만족스러울 정도의 성적이 나왔다. 하지만 만족감은 잠시, 지난 학기동안 그토록 시달린 마음과 몸은 불평으로 가득차 있는 듯이 '다음에도 이 걸 보려고 또 같은 생활을 반복할꺼야?' 라는 말이 들리는 듯 했다.

  학문의 길에서 재주가 있는 자는 노력하는 자만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뜻을 둔 자만 못하다 라는 말이 있으나, 나는 뜻을 두지 못했기에 이 과정은 내게 항상 벽과 같았다. '아둥바둥' 최고가 되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과 노력을 퍼 붓는 건 어리석은 일이지만, 나는 그 어리석은 일은 언제까지 반복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이곳에 와버린 나는 벗어날 곳이 없는 것을. 가지 않은 길을 돌아보아도 이미 그 길은 저 편으로 사라져버린걸. 오늘처럼 한 없이 우울한 날은 목을 놓아 어린아이처럼 마음껏 눈물이라도 흘렸으면 좋으련만 나에겐 이미 마법의 가을은 끝나버렸다.


덧글

  • 달빛으로쓴시 2007/12/29 23:57 #

    허나, 가지 않은 길 투성이일 봄이 다가오니, 아직 학생이신 키치너님이 부러워요. :)
  • 키치너 2007/12/30 02:03 #

    달빛으로쓴시 / 하핫, 그럴까요. 아무래도 새해에는 마음가짐뿐 아니라, 행동도 생각도 새롭게 해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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