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리고 머리칼

   겨우내 자르지 않고 길게 두었던 머리카락을 오늘 상쾌하게 자르고 왔습니다. 사실 그렇게까지 길게 둘 생각은 없었는 데, 이번 겨울은 개인적으로 정말 어떻게 보낸 줄도 모르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보낸 터라 터럭 한올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던 거죠. 

   머리를 잘라주시던 누님이 하는 말이, "이 머리 기르려고 기른 거예요?"
   당연히 아니라고 해야겠지만, 왠지 가위에 잘려 떨어져 나가는 머리카락을 보며 그냥, 방치해 둔거예요. 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더랩니다. 머리 자르는 걸, 철이 든 이후로 한번도 망설인 적이 없었는 데, 어째서 그랬는 지. 

   짧아진 머리카락을 애써 만지작 거리면서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눈이 가슴을 시리게 만들어 주더랩니다. 그 쌓인 눈들이 녹아내리면서 내 고민과 불안을 함께 녹여 데려갈 수 있을 지 답이 나오지 않아서 말이에요.

by 키치너 | 2008/03/04 22:56 | 일상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authorK.egloos.com/tb/4200778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달빛시 at 2008/03/05 06:26
키치너님의 글들에서, 눈을 내리고, 비를 흩뿌리고, 그런 후에 배시시 웃으며 비추일 빛을 발견할 한 줌의 구름을 발견했다면, 제가 지나치게 감상적인 걸까요?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3/06 22:07
달빛시 / 제가 요 몇일간 좀 우울했던 것 같아요; 평소라면 그냥 사소하게 넘어갈 일도 심각하게 생각해버리니 마음 속이 조금 찌릿해지기도 하고 말이에요. 몇년전에 있었던 어떤 일 이후로 겨울만 되면 평소랑은 왠지 달라지니.. 이제 봄도 오고 있으니 다시 털고 일어나야겠죠.. ^^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