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지금 감기가 당신을 습격합니다. 의학

   3월의 첫째주가 지나가고,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추위가 찾아온다는 봄이 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봄이 혼자서 오면 오죽 좋으련만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봄의 뒤에 숨어오는 불청객이 하나 있으니, 바로 Common cold, 감기군입니다. 수하에 콧물과 코막힘, 그리고 기침과 몸살(옆 동네에 사는 독감네의 수하인 심한 몸살보다는 약한 친구입니다)을 데리고 오는 감기는 '감기도 안 걸리는 너는 사람이 맞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주 걸리는 병이고, 실제로도 사람이 걸리는 모든 병의 절반 이상이 사실 감기와 관련이 있을 정도입니다.
(c) 마린 블루스
- 옆 동네의 독감군보다는 장난질이 약하긴 하지만, 감기군도 한번 달라붙으면 괴로운 건 확실하죠. 네. (...) -

   일년에 영유아, 어린이에서는 네 명 중 세 명이, 성인에서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걸리는 감기군은 한번 걸리면, 평소에 아무리 말쑥하고 단정한 사람이라도 몇일 동안은 콧물과 기침으로 전쟁을 하는 통에 겸연쩍어지는 악동이라고 할 수 있죠. 감기군은 보통 9월부터 5월에 이르는 "범겨울기"에 출몰하는 데, 특히 9월과 3월에 불쑥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감기군의 정체는 바로 ....
 
귀엽죠? 하지만 .... ?!



짠! 드러난 감기군의 정체. Rhino virus 입니다.


   Rhino Virus는 일년에 발생하는 감기의 약 40%의 원인인 친구로, 출몰 시기가 9월과 3월에 몰려 있기 때문에, 환절기에 많은 사람들은 콧물과 기침이라는 선물을 이 친구에게 받게 됩니다. 원치도 않았는 데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선물도 아닌 Rhino virus가 보낸 기침 폭탄, 감기 폭탄을 받은 사람들이 기쁠 리가 없겠죠? 그래서 이 악동을 잡기 위해 사람들은 이것 저것 시도를 해보았습니다. 이 친구가 장난질을 하고 다닌 집들을 찾아가 압수 수색을 해서 이 친구의 흔적을 수집하기도 하고, 거리에서 비슷한 친구들을 잡아다가 생체실험(!!)도 해 보았습니다. 
   요즘같은 기술이 첨단의 끝을 달리는 시대에 저 정도로 요란벅적하게 조사를 했으니 뭔가 알아낸 게 있겠죠? 자, 뭘 알아냈을 지 한번 볼 까요.
 
  A genus of the Picornaviridae family of viruses. Rhinoviruses are the most common viral infective agents in humans, and a causative agent of the common cold. There are over 110 serologic virus types that cause cold symptoms, and rhinoviruses are responsible for approximately 30% to 50% of all cases. (중략)

   Infection occurs rapidly, with the virus adhering to surface receptors within 15 minutes of entering the respiratory tract. The incubation period is generally 8-10 hours before symptoms begin to occur. (중략)

   Interferon-alpha used intranasally was shown to be protective to rhinovirus infections. However, volunteers treated with this drug experienced some side effects, such as nasal bleeding, and resistance was also developing toward the drug. Pleconaril is an orally bioavailable antiviral drug being developed for the treatment of infections caused by picornaviruses. But, pleconaril is not currently available for treatment of rhinoviral infections, as its efficacy in treating these infections is under further evaluation.(중략)

  There are no vaccines against these viruses as there is little-to-no cross-protection between serotypes

(Lange, Medical microbiology 24th Ed 발췌)

  요약하자면, Rhino virus는 virus의 여러 viridae(과)중 하나인 Picornaviridae에 속하는 친구로, 모습만 같고 속은 다른 녀석이  무려 110가지나 되는, 인간의 바이러스 감염의 가장 흔한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의 장난질 속도는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호흡기에 들어온 지 15분만에 감염을 일으키고, 들어간 곳에서 8시간에서 10시간동안 증식하여 증상을 나타낸다고 하는 군요. (그야말로 얄미운 녀석이죠?) 그럼 이제 어떻게 이 녀석이 실실 쪼개며, 우리한테 폭탄 세례를 주는 것까지 알게 되었으니, 쫓아낼 방법이 뭐가 있을 까 볼까요? 그런데 이를 어쩌면 좋죠. 기껏 찾아낸 "인터페론-알파"라는 경비견과 "Pleconaril"이라는 호신용 전자총은 그토록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전혀 rhino virus를 쫓아내는 데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인터페론-알파는 최초에 발견되었을 때 질병 치료의 신기원을 열것으로 기대되었으나 현재 그 큰 기대에 걸맞게(!) 많은 연구자에게 여러가지 이유로(!!!!!!) 엄청난 실망을 가져다 준 물질이 되어 버렸죠.(효과는 있었지만, 비용 그리고 내성, 부작용은 감기에 인터페론을 써보려는 시도를 좌절시켰습니다) 그리고 Pleconaril은 역시 common cold를 치료할 항바이러스 제제로 기대되었지만, 실제 사용해 보니 효과는 별로 없고 부작용만 잔뜩있는 것이 밝혀져 이 악동을 혼내줄 것을 기대하던 많은 사람들은 좌절시켰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희망(!)인 백쉰이 있지 않냐고 물으실 분들이 있을 지 모릅니다. 네, 연구자들을 더 우울하게 했던 것은 Rhino virus는 백신이라는 게 도저히 효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110가지나 되는 rhino virus의 종류는 각각에 대한 백신을 만드는 데에 많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고, 제너가 고안한 우두를 이용한 천연두 백신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이 친구들은 한 종류의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맞아도 다른 녀석들에 대해서 면역 효과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정말 약아빠진 녀석들이죠.

  이론적으로는 110가지 백신을 모두 맞으면 감기에 면역을 갖게 되겠지만, 더더욱 슬픈 것은 그렇게 110가지 백신을 맞고도 면역은 불과 길어야 몇달밖에 못간다는 것이죠. 자, 선택권이 있습니다. 감기 몇달 안 걸리려고 백번 하고도 또 열번 주사를 맞을래, 그냥 감기 걸릴 래, 하면 저 같으면 그냥 감기 걸리겠습니다.(ㅠㅠ)

  "현대 의학의 패배! 현대 과학의 우울! 첨단을 달리는 과학의 망신!" 어디선가 이런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만, 자자 조금만 더 살펴보도록 합시다. 감기를 약을 먹고 "나을 수"는 없지만, 고통 없이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없는 이 무서운 "Virus"가 신체에 심각한 상해를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별 다른 치료없이도 늦어도 10일, 보통은 일주일내에 자연 치유 됩니다. 그동안의 두통은 진통제인 아스피린, 타X레놀(acetaminphen), 부X펜(ibuprofen)으로 막아내고, 코막힘은 코X펜(pseudoephedrine)으로 뚫고, 콧물이나 재채기는 항히스타민제로 대처하면 일주일을 고통없이 보낼 수 있습니다. 물론, 푹 쉬고 수분 공급 잘 해주며 방안의 습도는 적절하게 술과 담배도 (적어도) 감기 걸린 동안은 끊어주면 더 빠르게 회복될 수 있겠지요. (참고로, acetaminphen 계열의 약들과 술을 함께 드시면 아마 지옥(!)을 잠깐 체험하실 수 있습니다. -_-;;) 그럼 걸렸을 때는 위와 같이 하면 된다쳐도, 아예 감기에 안 걸리면 저런 대증요법을 쓸 필요도 없겠죠? 
 
   감기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손씻기". 너무 쉽고 당연한 것이지만 많은 분들이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 중 하나이기도 하죠. 보통 감기군의 습격을 공기 매개만을 생각하지만 많은 경우가 접촉에 의한 전파이기 때문에, 적어도 외출하고 꼭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이 어른이든 아이든 중요합니다. 사실 이렇게 손만 잘 씻어도 대부분의 감기는 피해갈 수 있죠. 또, 한가지 추가하자면 감기군에 습격당한 분들은 "cough-etiquette"을 생각해서 재채기, 기침을 할 때 입을 가리는 겁니다. 한 사람의 에티켓이 인간 사회에 대한 감기군의 대공세를 저지하는 데 한 몫한다니, 왠지 이 악동 녀석에 대해 자그마한 복수를 하는 것 같지 않나요?

   인간의 숙적까지는 아니지만, 오늘도 여전히 지나가는 행인의 발목을 걸고 폭탄선물을 해주는 감기군의 습격을 한 분이라도 피하시길 바라며...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덧글

  • 달빛시 2008/03/07 20:41 #

    바이러스가 정말 저렇게 생겼나요? 신기하네요. ㅇ_ㅇ)!! 저도 주사 110번을 맞느니 그냥 며칠 아프고 말래요. 주사 10번이라도 싫습니다! :)
  • 키치너 2008/03/08 00:21 #

    달빛시 / ㅎㅎ 바이러스들은 정말 못 생겼어요. 세균들은 그나마 귀여운 구석(...)이라도 있는 데 이 녀석들은 워낙 단순한 녀석들이라 그야말로 "무식"하게 생겼죠.

    획기적인 발견이 나타나지 않은 이상 아무래도 감기는 앞으로도 쭈욱~ 우리들의 골칫거리 악동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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