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점에서 비판적 지지가 용인될 수 없는 이유 : quf님의 의견에 답하여. 잡동사니

비판적 지지, 그 정당성에 관하여 - quf님의 댓글에 답하여

  예로 드신 미국 대선의 결과는 사실 지금에 와서 결과론적으로 보는 우리의 관점과 당시 네이더를 지지했던 이들의 관점은 다릅니다. 큰 틀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이나 성향이 민주당과 공화당간의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네이더 지지자들에게는 고어나 부시나 오십보 백보였을 테지요. 게다가 고어가 집권했다면 9.11 테러가 없었을 것이고, 미국의 대 테러 전쟁도 존재하지 않고, 지금의 국제 유가의 폭등도 없었을 까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현재의 국제 유가의 폭등은 이미 이라크 전쟁 이전부터 예견되어 왔고, 거기에 국제적 원자재의 블랙홀인 중국, 인도의 성장은 이라크 전쟁이 아니었어도 국제 유가를 폭등시켰을 겁니다. (*물론 이라크 전쟁이 후일 미국 패권 몰락의 시작이었다고 역사가들이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quf님은 이걸 문제 삼고 있지는 않은 것 같군요) 결국 랄프 네이더 지지자들이 고어를 찍었다고 해서, quf님이 주장하는 대로 세계가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고, 랄프 네이더 지지자들이 고어의 집권이 부시의 집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할 이유도 찾을 수 없기에 미국의 예를 이 상황에서 주장의 근거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 한국의 상황을 보죠. 우선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말씀하시는 것이 "현실"이 될까요? 그건 지금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 의원중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은 없으며, 대통령 선거때 이명박후보가 밝혔다는 것도 의사협회가 후보들에 대한 질의서의 답변을 기초하여 언급한 것이죠. 그리고 한나라당내에서도 일관적인 의견이 존재하지도 않기도 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비판적 지지를 요구하는 근거로 이 걸 든다면, 납득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겠죠.

  물론 한나라당이 안정적 과반수를 획득하게 되면 추진하게 될 예상되는 결과가 당연히 건강보험뿐은 아니겠지요. 대운하 건설이나 교육의 시장화, 복지의 축소, 감세 정책 추진등 다양할테지요. 그런데 과연 이정책들을 막기 위해서 진보 진영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통합민주당에게 표를 던져줘야 될까요? 대운하 건설을 제외하면 통합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사상적 차이는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한나라당의 정책과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정책을 가진 진영은 이른바 "좌파"쪽 정치세력이죠. 저런 정책을 막기 위해 비판적 지지를 요구한다면, 지지를 요구당한 진보진영유권자들은 오히려 통합민주당 지지자들에게 통합민주당을 포기하고 진보신당을 선택하라고 반박할 겁니다.

  그럼 이제 한나라당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통합민주당"의 세력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만 남습니다. 하지만 과연 "통합민주당"만이 한나라당을 견제하는 세력입니까? 그건 아니죠. 특히 그 정당 자체에 대한 지지를 보는 비례 대표 선거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자, 이제 비판적 지지를 요구하는 이들이 가면을 벗을 때입니다. 그들은 단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 세력의 강화를 위해 타인의 정치적 선택을 국민의 운명이 위태롭다는 협박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왜 그들이 투표 기권자들에 대해서 이런 날선 협박을 하지 않고 한 줌 안되는 진보세력 지지자들을 노리고 있을 까요? 그건, 지금까지 진보세력 지지자들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이런 비판적 지지자들의 협박앞에서 쉽게 무너뜨리고 말았기 때문이죠. 진보 세력 지지자들은 이미 투표를 포기한 이와는 달리 정치적인 참여의식이 누구보다 강할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협박으로 쉽게 지지를 바꿔줄 것이라는 비판적 지지를 주장하는 이들의 흑심이 보이는 듯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답변이 더 필요한 가요? 통합민주당을 지지하는 제가 자신이 지지하는 당에게 이로운 이런 행위를 반대하는 것은 이 비판적 지지라는 주장 아래 깔린 흑심이 매우 불쾌할 뿐 아니라, 정당화할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 답변에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저로서는 더 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지금의 현실은 비판적 지지를 합리화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덧글

  • 時雨 2008/04/08 18:23 # 삭제

    민주당의 비판적 지지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군요...
  • 태풍9호 2008/04/08 18:38 #

    원래 정치가 상대방을 설득해서 자신의 쪽으로 이끌어오는 것이 본질이긴 합니다만,
    비판적지지에 근거한 사표론을 설파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대안과 나의 대안은
    다르다"라고 간단하게 답하곤 합니다.

    비판적지지는 위에서 언급하신 의미 외에 정치인 빠들을 향해 좀 다른 의미로 통용된
    바 있죠. 노무현, 유시민에서 박근혜,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맹목적지지자들과 대립되
    는 의미로요.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넘겼습니다만, 오늘날 결과는 요모양 요꼴이죠.
    인과관계와 선후관계가 다르긴 합니다만... 당대표도 한나라당 출신이면서 아직도 비
    판적지지를 내세워 표를 달라는 것은 좀, 에이~
  • 키치너 2008/04/10 18:25 #

    時雨 , 태풍9호 / 예상한 것처럼 투표율은 사상 최저가 나왔습니다. 이런 마당에서 사표 논리를 꺼내는 것도 우습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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