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에 대한 간단한 설명

조류독감(산왕님)
군대에서.(2071님)

  사실 조류 독감 이야기를 하자면 말이 길어지긴 하는 데, 쉽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모든 감염력을 가진 미생물처럼 조류독감이 속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숙주가 있어야 생존할 수 있고, 진화의 법칙처럼 감염력이 너무 약한 바이러스종은 숙주의 면역체계에 의해서 사멸되고, 감염력이 너무 강한 바이러스는 숙주를 죽여버리기 때문에 그 숙주에서 탈출하지 못해서 사멸됩니다.

  이런 자연적인 법칙만을 따르자면, 많은 감염질환에 대해서 큰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겁니다. 숙주를 죽이지 않고, 좀 아프게 하다가(모든 감염은 "기생"의 개념이니 이건 어쩔수 없죠) 다른 숙주로 전파되는 식으로 감염미생물과 인간과의 공존에 의한 평화(-_-)가 나타나게 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다른 동물을 가축화 하면서 시작합니다. 먼저 가축화되었던 동물에게만 감염되던 미생물이 새로운 숙주인 인간과 접촉하고, 이런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화(변이라는 말이 더 적확하겠지만)의 압력을 받게 됩니다. 아시다시피 바이러스나 세균같은 경우는 동물과는 비교도 안되는 엄청난 증식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출현하고 수많은 무작위 돌연변이중에서 인간의 몸에 기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 바이러스주는 이제 새로이 인간에 대한 감염력을 갖게 된 것이죠. 이렇게 해서 나타난 것이 현재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입니다. (현재의 분자생물학적인 미생물학은 인플루엔자 모든 종이 조류에서 감염력이 있고, 그중 일부가 인간에게 독감으로 감염된다는 것을 밝혀내었는 데 이는 사실상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가 조류에서 유래했음을 의미합니다) (비유하자면, 모든 동물의 감염성 미생물은 언제든지 인간이라는 구장에 난입할 준비가 되어있는 훌리건이랄까요?)

   그 다음 문제는 현재 대다수의 가축 사육이 그렇듯이 한정된 공간에서 대단히 고밀도로 대량의 가축을 사육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가축 사육을 시작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지만, 현재처럼 대량 사육의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을 겁니다. 과거처럼 적은 수만을 사육했을 때는, 바이러스의 삶의 터전인(-_-;;) 각 숙주군 자체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감염력이 강력한 바이러스가 출현할 확률도 낮았고, 또 출현했다고 하더라도 그 작은 크기의 숙주군만을 몰살시켰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전파될 가능성도 낮았습니다. 과거에도 철새는 있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함께 생활하며 이동하는 한 철새집단의 수는 많아야 수천마리에 불과하기때문에 철새 집단 자체에서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고, 인간에게도 직접 전파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현재 조류독감에서 철새가 차지하는 역할은 단순히 이동경로내의 어떤 지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군을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도 아직까지 역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사실은 아닙니다.

  결국 그럼 가금류의 대량 사육이 바이러스에게 천국과도 같은 환경을 제공해 준 것이 원인인데, 사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가 이뤄질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상 이는 피할 수 없는 일이겠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아예 가금류에 대한 수요를 없애서 바이러스의 근거지를 원천 봉쇄하던지(-_-;;), 아니면 모든 조류에서 나타나는 감염성 인플루엔자에 대해 그에 맞는 모든 치료제를 준비해 놓던지,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인수공통감염병의 창궐은 피할수 없는 현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평소에 이에 대한 대비를 해두는 것밖에는 없을 겁니다. 사실상 첫째나 둘째(인플루엔자의 경우는 아무리 대단한 기술로 유전형을 다 밝혀서 그에 대한 치료제를 준비하더라도 대단히 높은 변이율을 가진이상, 의미 없는 일이 되겠죠)는 말도 안되는 소리고, 단지 마지막 방법만이 실현 가능한데 다행히도 고독성, 고감염력의 인플루엔자가 인간에서 범세계적으로 창궐하는 것은 현재의 역학으로 볼때 주기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각 주기사이에 다음 범세계적유행에 대한 대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지원하는 데나, 피치못한 피해를 입게되는 이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통해 기금을 조성해 두는 게 바람직할 뿐 아니라, 현재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책입니다. 

   만약 당장 눈 앞에 조류독감이 인간에게서 대대적인 유행을 보여주지 않는 다고 이를 소홀히 하다간,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큰 사회적 비용이 지출될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우리의 미래"입니다.

by 키치너 | 2008/04/23 16:33 | 의학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authorK.egloos.com/tb/431156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DEMIAN at 2008/04/23 17:19
깔끔한 정리 감사합니다 -ㅅ-b
Commented by 바라니바람 at 2008/04/23 20:57
비유하자면, 모든 동물의 감염성 미생물은 언제든지 인간이라는 구장에 난입할 준비가 되어있는 훌리건이랄까요?


-후덜덜...;;;;; 무서운데요?
Commented by 진주여 at 2008/04/23 21:58
정리 대단;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4/24 17:40
DEMIAN, 진주여 / 졸문을 좋게 봐주시니 감사할 뿐입니다.
바라니바람 / 사실 미생물과 인간의 투쟁의 역사인거죠. ㅎㅎ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