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리뷰] 판타스틱 4월호

    작년에 어디선가 한국에도 판타지,SF 전문 잡지가 출간된 다는 소식을 듣고 꽤나 흥미로워 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실상 장르문학이 대여점에서나 취급하게된 현실에서 장르문학만을 다루는 잡지를 출간하는 건 모험이 아닐까, 얼마나 내용을 알차게 만들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죠.

    그뒤로 한참을 잊고 있었다가, 이번에 렛츠 리뷰를 통해 4월호를 받아 보게 되었습니다. (받은 건 4월 5일경이었는 데, 이제야 리뷰를 쓰는 건 전부 다 제 게으름 탓입니다-_-;;)

    책을 처음 손에 들고 살펴본 건 일단 목차. 예전에 어느정도 듣기는 했지만 과연 무슨 내용을 어떻게 실어냈을 지 궁금한 마음에 목차를 훑어 내렸습니다. 판타지와 SF 관련 일색으로만 채워져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다양한 내용을 싣고 있는 것에 조금은 놀랍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합니다. 내용의 다양성은 독자들의 흥미를 고양시키고, 취양의 다양성을 만족시킬 수도 있지만 전문 잡지인 이상 조금은 주제의 폭을 좁히고 심층적인 쪽으로 유도하는 게 어떨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튼 목차만을 봐서는 내용이 어떤지 알 수 없으니 책 내용에 주목해 봅니다.

   4월호에서 표지의 책 날개에 드러내는 메인 테마는 특별 기획으로 마련한 두 기사와, 일본의 SF 거장인 츠츠이 야스타카와 한국 추리소설의 대명사인 김성종의 인터뷰입니다. 두 테마 모두 일본/한국 으로 대비되는 느낌인데 상당히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판타지,SF 전문잡지에서 '정조'에 대해서 (아무리 요즘 드라마가 인기가 있다고해도) 다루는 것은 조금 핀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닌 가 생각되지만, 넓은 의미에서 사극도 '현대인의 눈으로 투영한 역사적 환상극'(-_-)이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해해 봅니다. 

  드라마 이산을 소재로 해서 정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빼면 다른 글들은 모두 판타스틱의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먼저 예전에는 일부 매니아 또는 어린이들의 애니메이션에서나 찾을 수 있던 일본 SF가 한국 대중 시장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SF의 역사를 짚어준 것은 상당히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SF에 조예가 깊지는 않지만, 일부 SF작품은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했었기 때문에, 잘 아는 작품들이 일본 SF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지를 확인해 보는 건 꽤나 신선한 즐거움입니다. 다음으로 눈여겨본 "파프리카"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원작자인 츠츠이 아츠타카의 인터뷰는 얼마전에 두 작품 모두 영화관에서 감상했던 탓인지, 왠지 더 친밀한 느낌으로 읽어갈 수 있었고, 작품들에 대한 원작자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파프리카의 원작자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한대 얻어맞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마지막으로, 판타스틱에서 준비한 4월호의 또 다른 인터뷰인 한국 추리소설계의 거장, 작가 김성종과의 인터뷰는 새로운 호기심을 고취시켜주는군요. 90년대 초반이었던가요? 여명의 눈동자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을 때 그리 많지 않은 나이였던 저도 상당히 마음을 졸여가면서 본 기억이 있었는 데, 원작자가 바로 김성종이었다는 건 이 인터뷰를 보고 처음 알았던 사실입니다. 추리소설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지라, 기껏해야 아서 코난 도일이나 애거시 크리스틴의 작품밖에 모르던 저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는 한국 추리 소설계의 연륜과 깊이를 알려주는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주요 기사외에도, 매호 연재되는 소설과 만화들도 좋은 작품들인 것 같지만, 사실 옴니버스식의 구성이 아닌 장편으로 쓰여진 작품들은 솔직히 말해서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장편으로 연재되는 소설 같은 경우는 앞 페이지에 지난 이야기로 줄거리를 축약해 주는 정도의 배려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판타지작품을 줄줄 꿰고 있지도 않고, SF에 대해서 매니아적인 입장도 아닌 한 사람으로서 이런 장르 문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는 호기심이 있으면서도 왠지 조금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판타지, SF의 골수 팬분들에게는 과연 전문 잡지의 출현은 어떤 모습으로 비출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이번 판타스틱 4월호를 읽고 나서 아직은 위치가 조금 애매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반 독자를 배려해서 잡지의 주제와는 조금 빗나가는 소재들을 싣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판타지,SF 매니아들을 만족시킬만한 심층적인 기사들도 그렇게까지 많이 보이지는 않는 것 같아 보이는 데, 아마 이 점은 판타스틱 편집부에서 앞으로 더 고심해야 할 내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렛츠리뷰

by 키치너 | 2008/04/24 17:37 | | 트랙백 | 핑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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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바라니바람 at 2008/04/24 19:21
확실히 이 잡지에서 정조를 다루는건 키치너님 말씀처럼 조금 핀트가 어긋난 것같네요. 실제로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목차만 보면 딱히 잡지의 성격과 어울리는 내용구성은 아닌듯..
저런 쪽에 매니아는 아니지만ㅋ 흥미롭긴 한데요ㅋ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04/24 20:19
바라니바람 / 가상역사물이 한때 유행이었는 데, 넓게 봐서 환상문학으로 잡고 그 방향으로 글을 써줬으면 더 본연의 성격에 어울렸을 텐데 아쉽죠. 판타지나 SF에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보시는 것도 괜찮긴 해요. 사실 전 조금 깊이있는 분석의 기사가 많았으면 했지만, 장르 문학의 연재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도 척박한 한국 장르 문학계에 필요하긴 하겠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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