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튼 로드(Cotton road) - 목화. 그리고 세계화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들은 많은 것을 외부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자. 지금 내가 포스팅을 하고 있는 노트북, 입고 있는 옷, 앉아 있는 의자, 책을 올려둔 책상, 점심으로 먹은 피자등 우리 생활의 많은 구성품들이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내가 속해있는 국가, Republic of Korea가 아닌 중국, 일본, 대만, 미국, 인도등등의 세계 각국에서 수입되어 온 것들로 이루어져있다.
  분명 세계화가 없었더라면 Made in Korea가 아닌 이들을 만나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더 많은 비용의 지불을 강제하거나, 아예 이들중 일부를 만나지 못하게 했을 지도 모른다.
   
   코튼 로드. 이 책은 목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류의 무역사에서 찬란히 빛나는 실크로드처럼 현대의 코튼 로드는 오늘날 세계화가 된 시장의 모습을 뚜렷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실크로드처럼 코튼 로드는 무역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지만 말이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국가들은 암울한 전망을 갖고 있기도, 너무나도 희망에 찬 밝은 미래를 꿈꾸기도, 그것도 저것도 아닌 지금 그대로 언제까지 쭉 이어지기를 바라기도 하는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 모두 세계화가 된 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세계 시장이 없었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유회사인 말리의 CMDT(말리섬유개발회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의 목화생산은 미국 섬유 공장과 동고동락했을 것이며, 브라질의 거대한 아마존 밀림은 목화로 잠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화는 이를 강제했고 결국 말리는 목화덕분에 그들은 더 이상 황금없이도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이 목화에 묶여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렸고, 미국은 세계화덕분에 세계 시자이 원하는 품질과 양의 목화를 공급할 수 있었지만, 그 댓가로 그들의 섬유 공업은 희생당했고 그 결과 그들은 그들이 판 목화로 중국과 인도에서 짠 옷을 입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세계화는 악몽인가? 책 표지에 씌인 것처럼 세계화의 비밀 자체를 이 책은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는 독자는 뭔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를 그토록 거부하는 이들조차도 세계화의 수혜를 입고 있고, 세계화를 그토록 강하게 열망하고 주창하는 이들조차도 문자 그대로의 "세계화"를 바라는 것이 아닌, 그들의 국가의 세계적 지위의 향상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코튼 로드에서 글쓴이는 물론 세계화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목화 여행기이지만, 목화와 관련지어진 각국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이야기들이 넘실대고 있는 것이다. 학술서가 아닌, 이런 담백한 여행기류의 책에서는 통계로 느낄 수 없는 그런 부드러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코튼 로드. 색다른 세계화 이야기를 만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는 한번 쯤 권할 만한 책일것이다.

by 키치너 | 2008/05/19 00:35 |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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