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에는 일명 '마분지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했다? 역사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구동독에서는 '마분지 자동차'가 거리를 활보했습니다. 언어적 유희를 가장한 농담이냐고요? 아닙니다. '마분지 자동차'는 실제로 존재했을 뿐 아니라, 구 동독의 베스트셀러 국민차였죠.
   바로 트라반트(Trabant) 이야기 입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해 보이는 이 차가 '마분지' 자동차가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1958년에 첫 생산된 트라반트는 출시 당시 2기통 엔진을 장착한 수준급 자동차였지만, 부족한 철강때문에 차의 프레임만 강철을 쓰고, 그 밖의 대부분의 차체는 목면과 인조 송진을 합성한 듀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던 것이죠. 아무튼 철강대신 소련에서 충분히 들여올 수 있는 목면을 다량 사용한 결과, 차의 무게는 620kg밖에 나가지 않았기에 이른바 '마분지' 혹은 '달리는 마분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런 트라반트는 그래도 동독주민들의 열광적인 사랑을 맏았는 데, 출시이후 동독 사람들은 자녀의 열여덟 살 생일 때 선물하기 위해 애가 갓난아기때 미리 주문해야 할 정도로 귀한 차로 대접받았습니다. - 물론, 이것은 자동차의 대중화를 예상하지 못한 동독정부의 탓에, 자동차 산업을 육성할만한 인프라가 아니었던 동독의 사정에, 동유럽 사회주의권 경제동맹체인 코메콘에서 내린 동독의 특화 산업이 자동차 산업이 아닌 화학 공업인 탓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동독 주민들에게 사랑받던 트라반트에게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1964년부터 1988년까지 같은 디자인, 같은 배기량의 차만을 계속 생산했다는 것입니다. 최초의 트라반트는 당시 서유럽이나 미국의 비슷한 급의 차와 비교해도 그다지 꿇릴 모델은 아니었지만, 20여년동안 같은 모델이 유지되다 보니 기술 격차가 현격히 벌어진 것이죠. - 1964년 모델의 2기통 엔진은 26마력이었고, 1988년 모델 역시 26마력의 2기통엔진 이었습니다. 요즘, 아니 90년대 초 한국소형차들도 100마력을 넘기거나 근접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안습이죠? ㄱ-
   
  
    이런 트라반트는 결국, 독일이 통일되자 서독 고속도로의 귀찮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느린데다가 시끄럽기는 말도 못하게 시끄럽고, 거기에 배기가스는 당시 비슷한 폭스바겐의 골프에 비교하면 200배가 넘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이죠. 서방세계에서는 아직도 자동차가 일부 부유층의 사치품일 때 동독국민들에게 마이카 시대를 활짝 열어젖혀 공산주의 지상낙원을 상징하고 있었던 트라반트가 통일 이후, 통일독일정부의 골치거리가 되버린 겁니다.

  결국 트라반트는, 통일이 되자마자 바로 생산중단 처분을 받았고 아직 도로를 활보하던 트라반트들도 전부 정해진 기간내에 폐기처분당하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의 역사와 함께한 트라반트, '마분지' 자동차는 그렇게 역사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 내용 수정
  car0203 님의 언급대로 1989년에 트라반트는 폭스바겐에서 라이센스한 1.1 리터 엔진을 장착했습니다. 물론 폭스바겐에 인수된 결과는 아니고, 트라반트가 당시 서독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해서 그해 맺어진 동독-서독의 무역협정에 따라 이뤄진 결과라고 합니다.
(출처 : http://en.wikipedia.org/wiki/Trabant)

덧글

  • car0203 2013/01/26 14:59 # 삭제

    다만 1989~1991년산 트라반트는폭스바겐에 인수되면서 폭스바겐 폴로의 1.1리터 4행정 엔진이 장착되었습니다.
  • 키치너 2013/01/29 16:05 #

    아하, 바로 단종된 게 아니군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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