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꾸로 서양 요리, 특히 프랑스 요리에 대해서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분이나, 웬만한 와인에 대해 감평할 수 있는 분이라면 재밌을 수도 있는 책.
솔직히 "오오오!!!!! 이런 최고급 와인을 내놓다니 프랑스 대인배네염. 킹왕짱!" 이래도, '아, 그런가;;' 이정도 느낌이었던 터라..
그래도 이런 책에서는 꼭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한두개는 있는 법.
화기애애했던 만찬회가 있은 다음 날, 같은 음식을 둘러싸고 격렬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식품안전기관유치를 놓고 이탈리아와 다른 가맹국들이 대립한 것이다. 의장이었던 베르호프스타트 벨기에 총리는 사전에 협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 설치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이에 자국의 파르마를 염두에 두고있던 이탈리아의 베르루스코니 수상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탈리아의 파르마는 미식의 대명사다. 하지만 핀란드인은 파르마산 프로슈토햄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핀란드 요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핀란드인뿐으로 그런 나라에 식품안전기관을 맡길 수는 없다.” 고 말한 것이다. 로마에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있었으나, 베르루스코니 수상에 있어서 파르마 유치는 물러설수 없는 안건이었다. 만약 실패한다면 자국 여론이 지도력을 추궁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것은 제쳐두더라도 요리 관련 사항은 민감한 것이 이탈리아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핀란드도 이런 굴욕에 가만있지 않았다. 리포넨 수상은 “베르루스코니 수상이 핀란드의 요리에 대해 알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장인 베르호프스타트 총리도 “미식의 땅인지 아닌지는 사무국을 설치하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 완벽한 검사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환경인가 아닌가가 중요하다. 핀란드는 그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핀란드를 옹호했다. 문제가 많은 이탈리아의 관료주의를 꼬집은 말이었다.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한 베르루스코니 수상은 “나는 다른 분야에서 많은 양보를 해왔다. 하지만 식품안전기관만은 양보할 수 없다.”며 큰 소리로 말하고는 테이블을 탕하고 두드렸다. (중략)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단과의 간담에서 리포넨 수상은 “핀란드는 식품안전기관 사무국을 포기하지 않았다. 베르루스코니 수상이 테이블을 파르마의 프로슈토햄으로 두드리든, 나를 핀란드햄으로 두드리든 아무런 이익은 없을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 와인과 외교, 지상사, 니시카와 매구미 지음, 김준균 역, 2008, p49~51 |
여기서 든 생각.
1. 핀란드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2. 정상들끼리 햄 들고 결투를 벌여도 재밌겠는 데. (응?)

미안하다. 핀란드 수상이 지겠다. (...)
덧글
프로슈토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봤나 했더니, 드라마 하우스에
coma 상태에서 깨어나 아들에게 심장을 주기 위해 자살한 아버지 에피소드에...
그 아버지가 먹고싶어 하던 샌드위치(?)의 재료로 들어간다고 나왔었던;
그나저나, 키치너 님은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시는군요~
이런 점은 저도 본받아야 할텐데ㅋ
첨언하신 말씀은 과찬으로 받겠습니다. 사실 저도 책 편식이 심하답니다. :)
별로 음식에만 국한된 책은 아니로군요^^
2) 이외에도 또다른 핀란드 요리 폄하를 비롯해서 베를루스코니의 핀란드 폄하 설화는 몇가지 더 있습니다.
그나마 머독은 전세계적 독점을 하지만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안에서만 놀긴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