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났습니다.

  네. 끝났습니다.

  짧다면 짧은 2년간의 기초 의학, 임상 의학의 커리큘럼이 오늘 마지막 시험을 보는 것으로 모두 끝났습니다.

  첫 1년은 달라진 환경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떠돌다, 두번째 해에는 몰아치는 시험의 폭풍속에서 얇디 얇은 돛을 단 돛단배처럼 그저 휩쓸리기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의과대학이 아니라, -자조적으로-  KUMC(Korea university medical college) KMS(Knowledge of Nedicine injection School)이라고 부르는 이곳을 진심으로 이제 내가 머무를 곳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지난 2년이었습니다.

   2년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의학과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만 해도, 전 의학과 커리큘럼에 몸서리를 쳤고, 절대로 난 '영혼이 없는 의대생'은 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얼머나 지켰는 지도 역시 의문입니다. 많은 선배들과 먼저 간 동기들이 감정이 메마르고 세상과는 유리된 삶을 사는 것을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질 않았지만, 저 역시 같은 길을 걷고 말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쓰는 건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 함은 아닙니다. 아직 남은 2년, 이제 강의실을 떠나 병원이라는 다른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때에 진정 '내'가 바라는 것과, 내가 해야할 것,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지켜가기 위해서라도 지난 2년을 돌아보는 건 가치없는 일은 아닌 것 같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제 끝났습니다. 한때는 '의대'라면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적도-불과 6년전입니다- 있었지만, 이제는 완연한 의대생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제 삶의 정체성은 상당부분 여기에서 기원하게 되겠지요.

   지금까지 소리없이 응원해 준, 고등학교 친구들, 예과때 반년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음에도 그전보다 더 친해진 동기들, 그리고 지금 저와 함께하는 친구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이상을 가지고 어떤 인간상을 그려갈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저를 지켜보는 많은 분들에게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by 키치너 | 2008/12/22 17:36 |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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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12/22 20:55
축하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으시길...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12/23 13:05
감사합니다. 이길을 먼저 간 많은 분들을 뵐 때면 존경심과 함께 스스로 과연 잘할 수 있을 까 하는 의구심도 종종 들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조금 더' 힘내야 겠습니다. ^^;
Commented by 바라니바람 at 2008/12/23 18:05
축하드려요. 아주 먼 길을 오셨고, 또 앞으로 먼 길을 가셔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한가지를 마무리 짓고 다른 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겠죠. 전 이쪽 분야와 아무런 관련도 없고 저도 키치너님 처럼 의대라 하면 저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여튼 앞으로도 파이팅 있게! 전진하길 바랄게요.
Commented by 키치너 at 2008/12/24 01:28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위에서 썼듯이 제가 의과대학에 다니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까요. ^^; (여기에는 꽤나 사정이 엃혀있지만.. 그건 차차 이야기할때가 있을 것 같고요 하하;) 이렇게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계시니, 기운내서 앞으로도 잘 헤쳐나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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