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디스트 윈터, 한국전쟁의 감추어진 역사

콜디스트 윈터
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 이은진.정윤미 옮김 / 살림
나의 점수 : ★★★★





  다 읽고 난 느낌은 한 마디로 말하자면, 메인 요리는 참 맛있었지만, 기대한 후식은 고사하고 물만 들이키고 나온 것 같다라고 할 수 있겠다.

  책 서두에서 한국전쟁에서 중공군이 본격적으로 개입한 운산/군우리 전투를 꺼낸 것은 조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쟁사를 다룬 책으로서는 독자의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적절한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한국전쟁을 다룬 책들이 기승전결, 원인/배경, 국제/국내 상황 설명으로 상당수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전쟁, 아니 오히려 전역과 그 전역의 승패에 따른 파장을 서술하는 치중하여 기존의 책들에 비해 한국전쟁을 생생히 보여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인천 상륙 작전 이후 미 8 군과 제 10 군단의 이중 지휘 체제가 왜 나타나게 되었는 지, 한국 전쟁에 참전한 많은 부대 중 특정 부대(제 2 사단 23연대, 해병대 1 사단 등)의 전투를 집중 조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수없이 나타나는 인명과 지명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 대지 않게 한 것은 한국전쟁사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중 한명의 입장에서 참 편안하고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만족스러운 메인 요리"와는 달리, 사실상 원주/ 지평리 전투에 대한 서술이 끝난 후로는 더 이상 전황에 대한 서술이 나오지 않아, 뭔가 있어야할 내용이 뭉텅이로 날라가버린 느낌이 든다. 심지어는 유앤군 총사령관이 매튜 리지웨이에서 마크 클라크로 바뀌게 된 내용조차(!) 나오지 않는 데, 이 것은 이 책에서는 51년 이후의 한국 전쟁에 대해서는 거의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자가 미국인이고, 이 책의 레퍼런스의 출처가 대부분 미군쪽에 치우쳐 있는 점과 저자가 바라보는 한국 전쟁의 성격 상 어쩔 수 없는 한계이기도 하지만, 한국 전쟁에서 엄연히 중요한 한 축이었던 "한국군(저자는 남한군이라고 쓰고 있지만)"에 대한 서술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 정도라는 것이다. 기껏해야 그나마 유엔군에 잘 알려졌던 백선엽 장군에 대한 서술 몇줄과 남한군이 순식간에 무너졌다는 내용이 몇번 반복되는 정도를 제외하고는 도대체 한국전에서 "한국군"은 존재하기나 했는 지조차 의심할 정도의 편향된 서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이야 당연히 우리땅에서 벌어진 전쟁이고, 어떤 경로로 알게 되었든 한국군이 한국전쟁에서 중요한 한 축으로서 기능했다는 걸 알지만, 이 책을 보는 한국전쟁에 대한 배경지식이 크지 않은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라면 한국전쟁에 대해서 크게 오해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분명히 장점과 단점이 모두 뚜렷하게 보이는 책이지만, 한국 전쟁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시대적 배경만 서술하다가 하품이 나와 책장을 덮게 되는 여타 전쟁사 서적과는 다른 책이니까 말이다.

- 아참, 이 책과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백선엽 장군의 "군과 나"를 추천하고 싶다. 두 책을 같이 읽는 다면, 적어도 한쪽으로 편향된 시각은 갖지 않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덧글

  • Frey 2010/05/13 08:32 #

    이거 너무 비싸서 살 엄두를 못냈던 그 책이군요. 이제 발간 후 1년 6개월 지났으려나...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 키치너 2010/05/13 11:58 #

    아마 1년정도 되었을 겁니다. 작년 이 맘때쯤 출간 소식을 들었거든요. :) 개인적으로 이렇게 두껍고 무거운 책들은 레퍼런스로 쓸 요량이 아니면 그냥 빌려보는 게 낫다는 생각을 요즘 부쩍 하고 있습니다. 책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책을 이제 둘 곳이 없어요. 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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