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회 후기 일상

정초에 뵙고, 5개월만에 동문회가 있었다. 

우리 동문회는 유일한 재학생인 나를 포함해 스탭에서 전공의, 로컬 개원에서 봉직의까지 모두들 다양한 자리에 계시지만, 재학생인 나뿐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별로 많은 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형님들(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나와는 최소 3기에서 평균 15기 이상 차이나는 선배님들;) 말씀이나 내 경험에 미루어 보아도, 모교에서 똘똘한 후배들을 우리 의대로 보낼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으니, 동문회의 규모가 지금보다 늘어나는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물론, 오해하지 마시길.. 우리 의대에 대해 나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모교의 정책(?)상 우리 의대는 구미가 당기는 곳이 아니다. S 대 갈꺼 아니면 뭐하러 힘들게 서울에서 의대를 다니냐는 곳이니까. (...)

아무튼, 현재 모교 스탭으로 계신 선배님이 두 분, 몇년전까지 타대 스탭으로 계시다가 현재는 개업하신 선배님이 한분, 그리고 계속 로컬에 계셨던 선배님이 세분, 전공의 선배님이 한분, 그리고 유일한(-_-v) 재학생인 나로 모두 8 명이 모인 동문회는 의학지식 외적으로 참 많은 걸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님들(병원에선 감히 아카데믹한 질문외엔 감히 말을 섞기도 어려운)과 모교 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연신 들이키니 평소 알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꺼려하던 소주도 술술 들어가더라. 모교는 사립이었기 때문에 나와 가장 기수 차이가 많이 나던 선배님과도 모교 선생님에 대한 공통적인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 켜켜이 쌓인 세월의 무게에도 서로의 기억은 유사하다는 건 참 놀랍고도 즐거운 일이었다. 모교 재학중엔 별로 즐겁지(?0 않았던 기억들도 세월이라는 화가에 의해 이리저리 덧)칠당하니 미담이 되어버렸다는 훈훈한 이야기들도 상당했고 말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하이라이트는 역시 학생으로선 짐작하기도 어려운 병원내 스텝 이야기. 현재 우리 학교 의료원의 최전선에서 뛰고 계신 각과 교수님들과 친구, 후배, 가족, 그리고 라이벌(-_-;;)의 관계인 선배님들이 나누시는 이야기는 마치 군장성들의 작전회의에 서있는 당번병의 마음을 떠올리게 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슈퍼 울트라 캡틴 하이 익스트림 언빌리버블 엘리트" 교수님으로 불리는 분의 학교 시절 이야기라던지, 병원내의 착취구조(교수는 펠로우를 빨아먹고, 펠로우는 전공의를 빨아먹고, 전공의는 인턴을 빨아... 이건 아니구나;)라던지, 각과의 권력구도, 라이벌 관계등등. 듣는 사람에 따라 충격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침을 삼키며 들을 만한 것들이었다.

그렇게 자식 교육, 미래 설계, 모교, 의료원 이야기등 이런저런 이야기로 환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술자리는 3차를 넘어서고, 시각은 새벽 2시를 넘어서며 빠르게 초침이 움직이고 있었다. 선배님들은 진작 동문회를 활성시키지 않은 데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하시며(그렇다곤 해도 어차피 나빼곤 다들 아시던 사이였다 -_-ㅋㅋ)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귀가길에 올랐다. 

이게 바로 어젯밤~오늘 새벽에 있었던 동문회 이야기다. 사실 내가 한계 주량을 갱신했다고 생각한 것이 지난 정초의 동문회였는 데, 이번에도 또 한계 주량을 갱신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그렇게 내리 마시고도 정신이 말짱했다는 거다. 쉽게 듣기 어려운 이야기들에 대한 호기심이 정신력을 지탱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 

- 다들 말씀하시지만, 아무리 X러워도 역시 의료원 스탭이 킹왕짱인 거 같다. 
- 이건 태그따위 안 붙임. 밸리도 안 보냄ㅋㅋ

덧글

  • 2010/05/30 09:3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키치너 2010/05/30 13:45 #

    어림잡아도 소주4~5병에 맥주3000이상은 마셨을겁니다 ㅋ
  • AyakO 2010/05/30 14:10 #

    헐 펠로가 던트 빨아먹는 과도 있나염
  • 키치너 2010/05/30 15:16 #

    어떤 마이너 서저리과에서는 그렇다고 하시더라구요. (...)
  • AyakO 2010/05/30 15:36 #

    특이하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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