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곽 탐방기 - 북악산 성곽(창의문~숙정문+~와룡공원) 여행

  6년전, 종묘 답사를 하면서 대학 졸업 전까지 서울내의 고궁, 성곽, 왕릉을 완답해버리겠다! 라는 야심찬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 달에 한 곳씩, 길어야 이 년내에는 목표를 달성할 거라 자신만만해 있었죠. 

  .... 허나 원대한 계획은 사라지고, 이젠 졸업전까지 한 곳이라도 더 다녀오자는 마음으로 학생 신분도 몇개월 남지 않은 가운데, 목표 중 가장 큰 난관이었던 서울 성곽을 북악산 루트로 다녀오게되었습니다.

 서울 성곽에 대해 잠깐 소개하자면, 조선왕조가 한양으로 천도한 이래 도성 방위의 막중한 임무를 수여받고, 태조가 수축, 세종의 보수확장과 숙종의 재정비가 있었던 있었던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성곽이었으나, 왜란과 호란 당시 도성에서 수성전을 벌이지 않았기에 역설적으로 구한말/일제강점기의 도시개발에 따른 성곽의 부분적인 해체를 하기전까지 잘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숭례문(남대문), 흥인지문(동대문)도 서울 성곽의 일부입니다. 도심 개발로 총 성곽 18.2km 중 평지 성곽은 모두 헐려서 현재는 산지 성곽 10.5km만 남아있고 말이죠.

  이번에 답사한 길은 바로 그 서울 성곽의 일부이자,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북악산 성곽입니다. 창의문에서 숙정문으로 이어지는 북악산 성곽은 과거 1968년 1.21 사태 이후,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가 2006년 4월 1일 1차 개방, 2007년 4월 5일 2차 개방으로 현재는 신분증을 지참하고 개방 시간내에는 자유롭게 탐방이 가능해졌지요. 물론 여전히 군 경비 지역이기때문에 사진 촬영은 정해진 곳에만 할 수 있습니다.   

  북악산 성곽은 북악산 서울 성곽 홈페이지(http://www.bukak.or.kr/Main.asp?code=openarea)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3 종류의 탐방 코스가 있는 데, 이번에 선택한 길은 창의문 안내소에서 시작하는 길이었습니다. 사실 버스에서 내려 몇발자국만 걸으면 바로 창의문과 안내소가 나온다는, 귀차니즘에 입각한 이유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이 경로는 난 코스였습니다. (...) 게다가 실수로 버스를 한정거장 앞에서 내리는 바람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함께 여기까지 올라온 건, 사실 그 전조였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바로 나타나는 창의문, 서울 사소문중 유일하게 온전하게 남아있는 곳이고, 풍수지리상 폐쇄되기도 헀고, 인조 반정시 반정군이 이곳을 통해 궁으로 침입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영조시절 임란때 불타 없어진 문루를 다시 새우면서 인조 반정 공신들의 이름을 현판으로 걸어놓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북악산 성곽길을 답사하려는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저기 한 일행분들이 올라오는 게 찍혔네요. 

 인조 반정 당시 이 문을 무려 부수고(!) 들어왔다고 하는 데, 철판을 대고 징으로 박아 참 튼튼해 보이는 건 다시는 이곳으로 반정세력이 침투하지 못하게 하려는 방책이었을지도요. 

 문을 지나 반대편으로 가보다 문득 위를 쳐다보니 화려한 공작과 구름으로 단청이 되어있습니다. 공작과 구름? 무슨 뜻이라도 있는 걸까요. 잘 모르겠군요. (하하;;;)

  창의문을 통과하면 석파정/무계정사로 가는 길로 이어집니다. 살짝 뛰어가서 보니 이 길도 걷기에 참 좋은 길인 것 같습니다만, 이 날은 이길이 목표가 아니니 다음 기회로~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악산 서울 성곽길은 군사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안내소에서 답사 신청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답사를 끝내고 와룡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아저씨/아주머니 일행은 신분증을 차에 두고 오셔서 다시 내려가는 안타까운 상황을 보이기도 했으니, 미리미리 신분증을 챙겨옵시다.

 안내소로 올라가는 길은 창의문의 우편으로 나 있습니다. 숭례문의 안타까운 소실 이후로 성곽 문루의 보호조치가 강화된 탓인지 문루내에는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개방되어 있다면 인조 반정 공신 현판을 눈으로 확인해 보려고 했는 데, 조금 아쉽네요.
  창의문의 왼편, 북악산 도로 너머는 역시 서울 성곽이 잘 보존된 구역인 인왕산 성곽길이 보입니다. 갈 곳은 많은 데 시간은 얼마없군요. (orz) 
  신청서를 접수하는 창의문 안내소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답사 당일 북악산 성곽길을 좀 우습게 보았던 게 실수였던 것 같습니다. 구름이 짙게 깔려 다행히 햇볕 걱정은 없었지만, 땀+높은 습도의 이중고는 복장 선택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죠.
  간단한 신청서와 함께 신분증을 제출해서 답사 허가 목걸이를 받으면 준비끝. 세계 문화 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중이라 그런지 외국인에 대한 배려도 보입니다. 
 신청서 옆엔 북악산 서울 성곽 안내서와 월간 문화재, 종로구에서 펴낸 서울성곽 관광안내지도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이중 서울성곽지도는 후면을 성곽스탬프투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는 데, 숙정문/흥인지문/숭례문/돈의문 스탬프를 모두 찍어 완성하면 완주기념배지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 도전해 보셔도 좋을 듯.

 안내소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오면 이제 본격적인 성곽길이 시작됩니다. 여기서부터는 군사보호구역인 관계상 쉼터에서만 사진이 촬영이 가능합니다. 특히 초소쪽으로 렌즈를 돌리고 있으면, 찍으면 안된다는 말과 함께 사진을 지우라는 권고(?)를 들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당연하겠죠?

  첫 쉼터인 돌고래쉼터. 왜 돌고래 쉼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절한 곳에 위치한 좋은 쉼터(...)입니다.
한동안 욕망의 불꽃이 일었던 얼음이 얼려진 생수병. 저땐 앞서간 탐방객 중 누군가가 마시다가 깜박하고 놓아두고 간 줄 알았습니다만, 알고 보니 성곽길 경계/순찰하는 군인들의 생명수(...)였습니다. 잠시나마 주워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안들고 오길 잘했어요. 추적추적 비내리는 성곽길에서 정자세로 경계서고 있는 것도 안쓰러운 데 누가 물까지 들고 가봐요. 얼마나 안구에 습기가 차겠어요. (ㅠㅠ)
 성곽길 계단은 나무로 덧 씌워져 미끄러질 염려 없이 참 잘 정비되어 있지만, 경사가 상당하기 때문에 꽤 힘이 들었죠. 아래에서 위를 볼때 '하~ 언제 올라가나' 하는 한숨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걷고 또 걷다보니, 두번째 쉼터에 도착했습니다. 백악쉼터였던가요. 아마 맞을 겁니다. 아니면 말고요. (...) 앞이 탁 트여있어 눈도 시원하고 바람도 시원하더군요. 
하지만 쉼터를 떠나면 다시 경악스러울 오르막길. 얼마나 경사가 심하냐고요? 가보시면 압니다. 도시인 치곤 나름 적절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 데, 저길 지나고 나니 장딴지쪽이 조금 후들후들 거리더군요. 

  이 날 성곽길 답사를 도운 일등공신 생수1, 생수2 입니다. 그래도 다음엔 백팩에 얼린 물을 적어도 일인당 2병은 가져와야 겠어요. 두 명이 저 두병으로 2시간동안 성곽답사를 하려니, 햇볕이 들지 않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물부족에 시달릴 뻔 했죠. 
 꽤 지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절반 남았습니다. 
  잠깐 쉬고 있는 사이에 나타난 노루! 워낙 북악산 성곽로는 지나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빤히 쳐다보고 있어도 열심히 잎사귀 뜯어먹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죠. 누가 먼저 움직이나 기 싸움(을 가장한 휴식)중이었는 데, 결국엔 초소쪽에서 사람이 나와 직접 저 멀리로 보내더군요. 안 왔으면 아무래도 이쪽이 졌을 듯 (...)
  세번째 쉼터인 청운대, 해발 293m 로군요. 여기서부턴 드디어 오르막이 끝나고 쭈욱~ 내려갑니다. 
 청운대에선 경복궁이 잘 보입니다. G20 회담 개최를 기념해 서둘러 복원 마무리를 하는 광화문도 보이고요. 그런데 아무리 산지성곽이라고 하지만, 성곽위에서 궁궐이 이렇게 내려다 보여도 괜찮았을 까 생각이 듭니다. 수도를 버리고 파천을 갔던 선조/인조도 이런 마음이었을까요?
 두둥! 드디어 북악산 성곽로의 종착지 숙정문에 도착했습니다. 숙정문은 서울 성곽의 북대문이지만, 사람들의 출입을 위해 지은 것이 아니라 4대문의 격식을 갖추고 비상시에 사용할 목적으로 지어졌기에 큰길이 형성되어 있지도 않고 숭례문과 흥인지문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숙정문에서 나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는 데, 홍련사로 빠져나가는 숙정문 안내소가 있고, 와룡공원/삼청공원으로 빠져나가는 말바위 안내소가 있습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길에 스탬프는 찍어야겠죠?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말바위 안내소쪽으로 길을 돌렸습니다.

 5분 정도를 걸어 말바위 안내소에 도착했습니다. 3월1일~11월30일까지는 오전 10시, 오후 2시에 각각 해설사와 함께 하는 역사 탐방을 할 수 있는 데, 저흰 살짝 늦어서 아쉽게도 동행하진 못했습니다. 물론 해설사와 함께 탐방시엔 다른 일행들과 발을 맞춰야 하니, 초행일 땐 그냥 맘편히 자유 탐방을 하는 게 나을지도요. 
 안내소에 들어오면 한쪽에 스탬프 찍는 곳이 있습니다. 고대하던 스탬프를 꽝! 이제 3곳 남았네요. 

 아,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신분증 지참 구간이 여기까지 라는 거지. 성곽길을 아직 더 남았거든요. 오히려 여기서부턴 사진촬영이 마음대로라 맘편히 셔터를 눌렀습니다. 길도 평탄해서 1.3km지만 2km 였던 창의문-숙정문 구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갈 수 있었죠.
  와룡공원으로 이어진 성곽길을 내려가다 보니, 이쪽으로 올라왔으면 좀 편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교통편이 불편한 단점은 있지만요.
말바위안내소-와룡공원 성곽길 중간즈음부터는 성벽 아래로 걷게 됩니다. 

 창의문 앞에 있었던 시대별 축조기법 설명을 참조하자면, 여긴 숙종 대 다시 지은 성곽이로군요.

 안내도를 보니, 오늘의 탐방을 한눈에 알 수 있군요. ①창의문에서 ⑨와룡공원까지 딱 4.3km를 걸었습니다. 창의문에서 10시 30분에 출발해서 와룡공원에 1시 10분즈음에 도착했으니, 안내도에 따른 2시간 25분보다는 조금 늦은 2시간 40분에 주파했습니다. 뭐, 중간에 느긋하게 쉬면서 바람도 쐬고 성곽 관찰도 하고, 노루랑 기싸움(...)도 했으니 아주 늦은 건 아니겠네요.

  오늘의 서울 성곽 답사 완료~! 다음엔 인왕산 루트를 도전해 볼까요? ^^

덧글

  • 2010/09/14 10:44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키치너 2010/09/14 11:02 #

    확 튀어나왔는 데, 깜짝 놀랐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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