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이야기 일상

국시가 10일 앞으로 다가오니 지금까지의 의대생활이 하나씩 새록새록 추억으로 떠오르고 있어 하나 적어본다.

올해 초, 안산 병원 폴리클 돌던 이야기다. 이사 하는 걸 정말 싫어하는 나는 안암에서 안산까지 통학할 결심을 하고 매일 왕복 4시간의 안산병원 출퇴근을 반복했다.

다행히 첫턴이었던 안산 PS는 지하철 첫차를 타면 늦지 않아 그럭저럭 넘어갔지만 문젠 두번 째 턴이었던 NS.

안산 NS는 일주일에 한번씩 전공의 샘들의 브리핑 직전 발표가 있어서 늦어도 7시까지는 의국으로 가야했다. 하지만 지하철 첫차가 안산 고잔역에도착하는 시간은 7시 5분.

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이 좀 있는 난, "늦을 순 없지!"라는 생각하에 어떻게 해서든 안암에서 안산까지 늦어도 7시 전까지 도착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래서 결국 발견한 게 강남역에서 새벽 5시 10분에 출발해서 안산 시청에 6시 20분에 도착하는 광역버스.

서울에서 안산까지 저렴(?)(ㅡ_ㅡ;;)하게 이동할 수단을 발견한 건 다행이었지만, 대신 새벽에 안암에서 강남까지 가야하는 게 또 문제였다. 결국 이건 새벽에 택시를 타고 가는 걸로 해결하고 말았지만... (안산 마지막 턴 돌 때 즈음엔 고대 앞에서 144번 첫차를 타면 강남역에 5시에 도착하는 걸 알고 그때부턴 버스를 애용했다 -_-;)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다. 사실 안산 시청에서 광역버스를 내리면 병원까진 한참을 걸어야했다. 2월 말 한창 추울 때라추위를 딱 질색한 난 광역버스가 안산 시내에선 거의 대부분 정류장에서 다 서는 걸 보고 안산 시청 다음 정류장이 병원과 가까우니 시청 정류장에서 내리지 말아야 겠다 생각하고 추운 날 조금 덜 걷겠다 싶어서 흐뭇해 하고 있었다.

헌데! 아니! 이럴수가! 안산 시청을 지나간 버스는 한참을 달려도 멈출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순식간에 창밖으로 병원이 지나가고 난 너무 놀라 기사 아저씨에게 외쳤다.

"아저씨! 정류장에서 안 서요?!?!"

"다음 정류장은 시화 공단인데?"

... 낭패였다. 몇분 덜 걸으려다가 이거 제대로 말리게 생긴 것이다. 이러다간 추위가 문제가 아니라병원에 가는 게 문제다 싶어 기사 아저씨에게 읍소를 했다. 시청에서 내려야 하는 데 깜박 졸아서 못 내렸다고...(차마 추위때문에 걷기 싫어서 다음 정류장이 가까울 걸 기대했다곤 부끄러워서 말 못했다)

결국 이날 난 5분 덜 걸으려다 20분동안 추위 속에서 택시를 잡는 고생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끝-

덧글

  • 카이 2010/12/27 19:00 #

    ㅋㅋ 고생 지대로 하셨군요. ㄷㄷ
  • 키치너 2010/12/27 20:30 #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독했구나'싶지요. :)
  • MAC 2010/12/29 19:30 #

    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야기군요...
  • 키치너 2010/12/30 13:59 #

    하하, 지금이야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죠. :)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