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잡담 : ER의 잠 못 이루는 밤 인턴일기

폭풍같은 소아과 환자-오늘은 메인이 vomiting이었다-의 습격이 끝나고, 오늘 당직도 이제 몇시간 안 남았다고 생각하며 잠깐 스테이션에 쓰러진 사이, 방심이란 용납 못 하겠다는 듯이 AOM, hemoptysis, chest pain 환자들이 연달아 들어왔다. AOM이었던 귀여운 꼬마 아가씨는 TR 당직인 내 차지로 간단한 히스토리와 이경검사를 통해 처방을 받고-물론, 내가 직접 처방은 안 낸다- 집으로 총총 걸음으로 돌아갔지만, 각각 6번/1번 bed에 누은 45세의 hemoptysis, chest paun 환자는 기약이 없다. 과연 금새 호전되어 집으로 무사 귀가할지 아니면 응급실에서 고통스러운 시간을 더 보내야 할 지...

응급실엔 수 많은 사람이 오늘도 오고간다. 평균 일일 응급실 방문환자 140(평일), 170(공휴일)의 사람들.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를 가진 이들이 오늘도 몇몇은 스러져가고 몇몇은 그 이야기책의 페이지를 한장 또 한장 채워넣고 있다. 당연히 그 이야기는 아름답지만은 않다..

덧글

  • MK-10 2011/03/04 06:54 #

    갑자기 아파서 응급실을 찾은 사람만큼 절박하고 인성의 바닥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경우는 흔하지 않을 듯 합니다. 어렸을 적 한밤중에 응급실을 찾아본 기억이 있는 사람으로서, 수고하시는 의사 선생님도 건강 해치지 않으면서 모두 미소지으며 응급실을 나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키치너 2011/03/08 20:48 #

    사실 아픈 사람에겐 자신의 고통이 세상 누구의 고통보다 더 심각한 것이겠지만, 가끔 응급실에서는 도를 넘어서는 분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한밤 중의 응급실은 그런 사람의 본성이 보여지는 적나라한 현장이지요.
  • 카이 2011/03/04 07:35 #

    병원에서 인생사(?)를 가장 절절하게 느끼는 곳이 ER하고 중환자실인듯 합니다. 감기조심하시고!
  • 키치너 2011/03/08 20:49 #

    뭐, 중환자 실이야 이미 mental이 없는 분들이 많으니, care하는 의료진이 정신적으로 힘든 건 덜한데, 응급실은보호자+환자의 이중크리가...
  • MAC 2011/03/04 11:04 #

    응급실에서 유독 개님을 자주 영접할 수
    있던 데요ㅎㅎㅎ
  • 키치너 2011/03/08 20:50 #

    하하;; 사실 정말 emergency 환자들은 말 안해도 먼저 중재에 들어가는 데, 항상 소리 높이고 난리 피우는 사람들은 그닥 심각한 증상이 아닌 분들이죠. 뭐... 그런 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응급환자가 아니라는 증거가 될 지도모르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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