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1월 23일
PK 3주째 끝 : 잊지 못할 한 주
어느새 PK를 시작한 지 3주째가 되었습니다. 지난 2주 동안의 산부인과 실습을 잠시 멈추고, 내분비 내과 2주 일정을 시작하게 되었는 데요. 뭐랄까요? 이런 느낌이라면 52주 PK를 전부 내과만 하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즐겁고 보람찬 한주였습니다. 물론, 내분비학은 제가 가장 재밌어 하는 분야고 의학의 즐거움을 알게해 준 계기가 되기도 했고, 반면에 산부인과는 상대적으로 따지면 가장 지루하고 따분했던데다가 공부를 하면서도 머릿속에 들어온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않았던 Hx가 있지만, 내분비 내과에 오니까 정말 물 만난 고기 라는 말을 이럴 때 쓰지 않으면 언제 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아무튼, 내분비 내과에 와서는 기념비적인(-_-;;)인 Event들이 발생했는 데, 역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산부인과 실습돌때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병동 환자와의 라뽀(Rappor)쌓기로 시작하는 환자-의사 관계 만들어가기라고 할 수 있지요. 최초의 라뽀, 최초의 P/Ex, 최초의 오전, 오후 회진 참가(이건 자랑할 일은 아닌것 같지만 ;;;), 매일 매일 신선한 느낌인 신환, 병동환자 브리핑도 모두 내분비 내과에 와서 처음 해보고, 참가하고, 느꼈던 것들이고요.
환자분들을 직접 뵙고, 이야기하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정말 예전엔 왜 몰랐을까요. 내분비 내과 특성상 병동에 입원하신 환자분들 대부분이 당뇨로 혈당이 제대로 조절이 안되서 입원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사실 제가 없어도 어련히 다들 퇴원하실 분들이지만, 그래도 매일매일 찾아뵌 환자분이 활짝 웃는 얼굴로 기쁘게, 이제 명절을 쇠러 집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퇴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 역시 함박웃음을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힘들때면, 어려울때면 초심을 잃지 말라고 했던가요? 제가 이 길을 버리지 않는 다면 아마 이번 한 주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시간이 될 것 같아요.
# by | 2009/01/23 00:38 | 의학 | 트랙백 | 덧글(3)
2009년 01월 13일
폴리클 생활 6일째
이미 폴리클을 먼저 경험한 친구들에게 이야기도 듣고 오리엔테이션도 받고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도 했지만, 지난 일주일은 참 어리버리하게 보냈던 것 같다. -_-;;
Hx taking을 하는 예진에서는, 전자혈압계가 바로 예진실밖에 있는 줄도 모르고, 수은 혈압계와 청진기로 직접 혈압을 재다가 환자 보호자의 '전자 혈압계가 없나요?'라는 질문에, '있어도 한번은 제가 직접 잽니다.'라고 했지만, 속으론 땀을 삐질삐질흘렸던적도 있고, 수술실에서 스크럽서는 것도 능숙하지 못해 전공의선생님에게 혼도 나고 말이다. (ㄱ-)
아무튼 둘째주가 되니, 슬슬 경험이 붙었다고나 할까. 환자 예진도 이젠 능숙해졌고, 수술실에서의 스크럽서는 것도 익숙해졌으며, 가장 중요한 건 오래 서 있어도 다리가 덜 아프게 되었다는 것이다. (-_-;;)
학기가 끝나고 2주만에 돌게된 폴리클이라서 제대로 생활계획도 못세웠고 공부도 어떻게 해야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지도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뭔가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내일은 외래다. 히힛~
# by | 2009/01/13 21:43 | 일상 | 트랙백 | 덧글(7)
2008년 12월 22일
끝났습니다.
짧다면 짧은 2년간의 기초 의학, 임상 의학의 커리큘럼이 오늘 마지막 시험을 보는 것으로 모두 끝났습니다.
첫 1년은 달라진 환경에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중심을 잡지 못하고 떠돌다, 두번째 해에는 몰아치는 시험의 폭풍속에서 얇디 얇은 돛을 단 돛단배처럼 그저 휩쓸리기만 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의과대학이 아니라, -자조적으로-
2년전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의학과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만 해도, 전 의학과 커리큘럼에 몸서리를 쳤고, 절대로 난 '영혼이 없는 의대생'은 되지 말자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얼머나 지켰는 지도 역시 의문입니다. 많은 선배들과 먼저 간 동기들이 감정이 메마르고 세상과는 유리된 삶을 사는 것을 그다지 바람직하게 보질 않았지만, 저 역시 같은 길을 걷고 말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 와서 이런 말을 쓰는 건 단순히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 함은 아닙니다. 아직 남은 2년, 이제 강의실을 떠나 병원이라는 다른 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때에 진정 '내'가 바라는 것과, 내가 해야할 것,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을 지켜가기 위해서라도 지난 2년을 돌아보는 건 가치없는 일은 아닌 것 같고 말입니다.
아무튼 이제 끝났습니다. 한때는 '의대'라면 나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 적도-불과 6년전입니다- 있었지만, 이제는 완연한 의대생이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제 삶의 정체성은 상당부분 여기에서 기원하게 되겠지요.
지금까지 소리없이 응원해 준, 고등학교 친구들, 예과때 반년동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음에도 그전보다 더 친해진 동기들, 그리고 지금 저와 함께하는 친구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이상을 가지고 어떤 인간상을 그려갈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저를 지켜보는 많은 분들에게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 by | 2008/12/22 17:36 | 일상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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